네이버(035420)를 준대기업집단(공시의무기업집단)으로 지정한 건 이견이 없지만, 이건희·정몽구·최태원 회장 같은 재벌 총수들과 똑같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것은 혁신기업가들의 사기를 꺾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런 인식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해진 전 의장은 잡스처럼 우리 사회에 미래 비전 같은 걸 제시하지 못했으며 이 전 의장과 짧은 대화를 했지만 그런 점에서 아쉬움을 느꼈다”고 언급하면서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장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오만하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보안업체 안랩 창업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1일 “기업과 기업가를 머슴으로 보는 오만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도 김 위원장이 혁신기업가 위에 군림하는 관료 느낌이 든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위해 기업의 자유를 제약하고 시장 활동을 일정한 방향으로 제어하는 걸 이해해도, 유연하지 못한 태도 때문에 우리 사회가 키워나가야 할 혁신기업가들의 의지마저 꺾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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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이해진의 총수 지정은 답답하다”며 “모든 대기업이 총수 없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면 상대적으로 좋은 지배구조를 가진 네이버를 ‘총수없는 기업’으로 지정하거나 아니면 이렇게 노력하면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해 주겠다 라고 해주는 방법이 더 좋지 않냐”고 부연했다.
이 창업자는 “기업가들이 있어야 세상이 바뀐다. 공무원, 변호사, 정치인만 해서는 세상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혁신기업가들이 좀 더 존중받고, 즐겁게 혁신할 수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 위원장이 이해진 창업자를 평가절하하는 대신, 문재인 대통령은 스티브 잡스와 같다고 아부했다”며 “정치가 기업과 기업가를 머슴으로 보는 오만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 정부 전체에 퍼진 생각인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우리나라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한 적이 있다”며 “지금 수준이 한 단계씩 높아졌다고 해도, 3류가 1류를 깔본 셈”이라고 비판했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전문위원은 “민간이었던 김 위원장이 규제의 수장이 됐다고 민간을 가르치자 덤비는 것은 자신이 무지한 영역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라며 “인터넷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 국민과 중국자본이 도와준 것이지, 대한민국에서 정치하는 분들이나 위정자들은 방관하거나 대기업 편을 들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밝은 미래를 위해 함께 나아가자’는 허탈한 구호만 외친다.억울함이 가슴에 있는 사람들을 더 화나게 만들 뿐”이라고 했다.
통신 업계 고위 관계자도 “이해진, 김범수, 김정주가 다른 재벌 총수들과 다른 점은 1세대 기업가라는 점”이라며 “그들을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폄하 하면 우리 사회에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사회악’ 같은 분위기가 만연한 요즘, 인터넷 기업들이 국민과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홍렬 연구위원은 “공정위는 인터넷 산업이 갖는 특수성을 분석한 속에서 적정한 규제정책을 구성하고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해법이 무엇인지 알지못한다”면서도 “하지만 인터넷 기업이 이런 내용을 제대로 사회에 설명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국가나 사회구성원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