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찾은 경기도 고양의 한 모델하우스 앞에서 우연히 만난 N모씨가 기자에게 다가와 넌지시 건넨 말이다.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분양아파트 모델하우스라면 전국 어디라도 나타나는 이들. 바로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업자들이다.
과연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분양권 불법 전매 등 위법 행위를 일삼으면서까지 버는 수입은 얼마나 될까. 정부의 단속이 무섭지 않을까?
본지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떴다방으로 활동하고 있는 N씨(가명·40대)와의 인터뷰를 어렵게 성사시켰다.
명함 돌리기·연락처 따기·신청서 받기 등 업무도 제각각
N씨는 올해로 떴다방 경력 3년 차다. 부동산 관련 일을 처음 시작한 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였다. N씨는 “노점상도 해보고 대리 기사도 해봤지만 돈벌이가 시원치 않았다”며 “막연히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선배가 하는 사무소에서 중개 보조원으로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줄서기 관리의 경우 하루 1일 아르바이트생 중심으로 조직이 구성된다. 경쟁률이 치열한 단지는 하루 ‘줄 값’만 400만~500만원(총 인건비)이 들어간다고 N씨는 설명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모델하우스 앞에서 방문객들의 연락처를 따내는 일만 하는 이들도 따로 있다. 이날 모델하우스 앞에서 방문객에게 나눠줄 색색깔의 떴다방 명함을 고무줄로 묶고 있던 아르바이트 모집책은 “기본 일당이 7만~10만원이지만 연락처를 얼마나 받아오느냐에 따라 그날 수당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불법 행위라는 하나의 연결고리로 얽혀 있다. 지난 12월부터 5월까지 떴다방 집중 수사에 나섰던 울산지검은 떴다방과 손잡고 이른바 ‘죽통 작업’을 벌인 분양대행업체 간부와 떴다방 업자를 적발했다. 죽통 작업은 떴다방이 분양 신청서에 허위로 높은 가점을 기재해 청약에 당첨된 뒤 계약 단계에서 고의로 분양 포기 물량을 만들어 분양대행업체와 짜고 빼돌리는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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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분양권 전매가 떴다방을 통해 성사되는 건 아니다. 매도자만 있고 매수자를 못 구했을 땐 중개업소에 매도자를 넘겨준다. 이 때 떴다방이 받는 수수료는 20만~50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N씨는 “중개업소를 운영하면서 떴다방을 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시장에 나온 분양권은 어떤 식으로든 다 팔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떴다방이 분양 정보를 얻는 통로는 보통 분양대행사다. 이들은 서로 계약자 정보를 거래하는 등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떴다방 뒤에는 돈을 대는 전주(錢主)도 있다. 안병훈 울산지검 수사사무관은 “부동산은 잘 모르면서도 돈이 많은 사람들이 사채놀이를 하듯 떴다방에 돈을 밀어주면서 전주 역할을 하고 있다”며 “청약통장 매입 가격과 떴다방 수수료 등을 뗀 차익은 모두 전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안 사무관은 떴다방 조직에 대해 “조폭처럼 체계화돼 있는 조직이라고 할 순 없지만 분양시장에서 만나 알고 지내면서 공생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죄의식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N씨는 ‘떴다방이 불법행위를 일삼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모든 거래는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져 이뤄지는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전매 제한은 지역에 따라 6개월에서 1년이지만 처음부터 거래를 목적으로 분양받는 사람이 많아 우리 같은 떴다방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또 “명의 변경을 위해 전매 제한이 끝날 때까지 고객을 관리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수수료 150만~200만원이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그는 떴다방이 부동산 가격 거품을 일으킨다는 말에 강하게 반박했다. 온라인상에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되는 만큼 떴다방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띄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병훈 수사사무관은 “수사 과정에서 만난 떴다방은 하나같이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내가 머리를 잘 써서 돈을 벌었을 뿐인데 무슨 큰 범죄냐’는 반응이었다”며 “그들에게서 죄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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