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령 루트로닉 대표 "집 팔아 R&D 투자..18년 전 약속 지켰다"

해외 60개국에 의료기기 수출..매출 66% 수출 차지
세계 최초의 '당뇨병성 황반병성' 치료기기 개발
독자 기술로 미용 화장품 개발
"직원들 꿈 펼 수 있도록 복지에 최우선"
  • 등록 2015-06-17 오전 3:00:00

    수정 2015-06-17 오전 8:02:14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서울에서 차를 타고 강변북로를 달리다 방화대교 인근에서 일산 방면으로 들어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홀로 우뚝서 있는 8층 빌딩을 만나게 된다. ‘루트로닉센터’로 이름 지어진 이 건물은 국내 의료기기업체 루트로닉(085370)이 지난 2013년 건설한 보금자리다. ‘성공한 벤처기업’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최근 경기 고양시 행신동 루트로닉센터에서 만난 황해령(58) 루트로닉 대표는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서 고객에게 가치를 주겠다는 18년 전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황해령 루트로닉 대표(루트로닉 제공)
지난 1997년 설립된 루트로닉은 국내 최초의 레이저 의료기기 전문기업이다. 사명은 빛을 의미하는 ‘Lux’와 전자·전기를 의미하는 ‘Electronic’의 합성어다.

루트로닉은 레이저 치료기기의 국산화를 이끌어낸 ‘알짜 벤처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매출은 638억원으로 2년 연속 두 자리수 성장세다. 영업이익은 62억원으로 매출의 10%에 육박한다. 해외 60개국에 판매망을 갖췄으며 매출의 3분의 2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황 대표는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최초의 ‘메이드 인 코리아’를 탄생시켰다. 대한민국의 의료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루트로닉은 12종의 레이저 의료기기를 자체 개발했다. 이들 제품은 얼굴 지방제거, 색소병변 치료, 문신제거, 주름 및 흉터치료, 제모, 피부재생, 혈관병변 치료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의료기기는 수술용 칼이나 가위부터 휠체어, 진단기기, 질병 치료용 기기 등 범위가 다양하다. 이 중 루트로닉은 가장 난이도가 높은 치료용 의료기기를 만든다. 가장 비싼 제품은 1대 가격이 1억원에 육박한다.

루트로닉의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으로 황반 치료 레이저 ‘AM10’이 꼽힌다. 최근 식약처와 유럽 허가를 받은 이 제품은 세계 최초 신기술 분야로 당뇨병으로 인해 황반 부위에 부종이 생겨 시력이 감소하는 ‘당뇨병성 환반부종’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다. 최첨단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 질병 치료에 꼭 필요한 부위를 태우는 방식으로 치료를 한다. 주사기를 이용해 안구에 직접 주입하는 약물치료 방식보다 시술이 간편하고 환자의 통증이 없어 바로 실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황 대표는 “우리의 힘으로 기존에 없던 레이저 치료기기를 개발해 의료진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민의 삶도 개선된다면 의료기기 업체의 역할은 다한 것이다”면서 “기술력이 높아지면 수익은 따라오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화장품 시장도 본격 진출했다. 이 회사는 3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지난 5월 병원용 화장품 ‘라셈드’를 발매했다. 이 제품은 루트로닉의 자체개발기술(코스메틱 딜리버리 시스템)을 적용, 피부에 유효한 최소 성분을 피부 속 깊은 곳에 도달시킨다. 라셈드 앰플에는 피부에 좋은 8가지 순수 성분만 들어있는데, 좋은 성분이 진피층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앰플을 나노 입자로 자르고, 미리 녹지 않도록 감싸는 나노 리포좀 기술을 활용하는 등 고도의 기술이 접목됐다.

황 대표는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레이저 기기를 생산하는 글로벌제약사 레이저시스템즈의 아시아 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본격적으로 창업의 꿈을 가졌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을 줄 수 있는 기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 국내 레이저 치료기기가 전무해 루트로닉 설립 초기에는 기술 자문을 얻기 위해 광학, 전자공학, 의공학, 기계공학 등 각 분야 기술자들을 수소문해 찾아다니며 연구에 매진했다.

황 대표는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이 강점을 가진 자동차, 전자, 소프트웨어 분야를 기반으로 광학 기술을 결합해 레이저 응용의 기초 기술을 만들었다”면서 “10년 이상 연구 기술을 축적한 지금 세계적 기술을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기미, 주근깨, 점빼기, 제모 등 색소 치료에 효과적인 고체 레이저 분야는 세계 1위 수준이라고 황 대표는 자부했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연구에 매진했다. 창업과 동시에 IMF를 겪으며 자금난에 부딪히자 황 대표는 집을 팔았고 초창기 직원 6명은 각자의 집에서 용돈을 받아가며 생활했다. 그는 “가지고 있는 재산 모두를 투자했다. 매출이 나면 수익을 또 연구개발에 투입했고, 상장한 후에는 투자받은 돈으로 또 연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루트로닉은 연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R&D) 분야에 쏟아붓는다. 그는 “과거에는 회사 규모가 작아 1년짜리 연구밖에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5년짜리 프로젝트도 가능하다”며 소박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국내외 시장에서 유명세를 조금씩 타고 있지만 출발은 쉽지 않았다. 국내 대학병원 과장이 루트로닉 기기의 우수성을 발견하고 병원장에게 구매를 요청했지만 병원장이 국산 기기는 외국산에 비해 좋지 않다고 구매를 거절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일일이 병원을 찾아다니며 제품 성능과 안전성을 설명한 결과 국내 대학병원 피부과 전체가 우리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해외 시장 장벽은 더욱 높았다. 그는 “자체개발 의료기기 1호기를 대만에 수출하는데 무려 1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이메일을 보내도 답변도 하지 않았지만 추후 우리 회사를 방문하고 직접 경험해보더니 그제서야 구매를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루트로닉은 지난해 3000만달러 수출탑도 수상했다. 지난달에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 의료기기 업체 대표 자격으로 참석할 정도로 회사의 위상이 높아졌다.

루트로닉센터 전경
황 대표는 직원의 복지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본사 사옥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8층에 카페를 두고 직원들에게 매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피트니스 센터와 다양한 휴게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일산 인근에 사옥을 건설한 것도 단지 직원들 대부분이 근처에 살고 있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황 대표는 “루트로닉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동등하다. 직원들이 인생의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만큼 이들이 꿈을 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1957년 출생으로 미국 예일대 경제학·전자공학을 졸업하고 코네티컷 주립대학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1997년 루트로닉을 창업했고 2013년 대한민국 벤처 활성화 공로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코스닥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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