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싱가포르 경제의 저력

  • 등록 2013-11-19 오전 7:00:00

    수정 2013-11-19 오전 7:36:31

지난주 자매 결연을 맺은 대학 캠퍼스 준공식에 초청받아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독일·덴마크·호주·중국에서 초대받은 게스트들로부터 우리나라 정보통신과 자동차 산업 경쟁력에 관해 넘치는 찬사를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싱가포르의 도전과 위협이 느껴져 마음이 착잡했다. 과연 싱가포르 경제의 저력은 무엇일까.

박종구 폴리텍대학 이사장
싱가포르는 세계경제포럼(WEF)의 201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2위,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평가에서 5위를 차지했다. 기업 효율성, 교육, 노동시장, 인프라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뛰어난 경제 성과는 일차적으로 정치적 안정과 탄탄한 관료체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전문성과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기용하여 정부와 공공기관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민간 부문에 준하는 높은 급여와 공정한 인사로 최고의 인력이 창의와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이셴룽 총리의 실용적 리더십도 싱가포르가 2008년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는데 기여하였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바이오 메디컬 허브 구축, MIT·존스홉킨스대 등 세계적 대학 유치, 헬스와 관광을 접목한 의료관광산업의 전략 산업화 등은 미래지향적 리더십의 산물이다. 특히 도박과 섹스에 대한 엄격한 도덕적 터부를 깨고 카지노 산업을 개방한 것은 탁견이었다. 마리나베이 샌즈와 센토사의 리조트 월드는 뉴 랜드마크가 되었다. 지난해 카지노 수입은 42억달러를 기록, 마카오에 이어 아시아 제2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다음으로 싱가포르가 전략적으로 추구해온 균형 잡힌 성장과 분배 정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는 불균등이 단순히 사회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성과에 직결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아시아 네 마리 호랑이의 하나가 된 것은 성장과 분배의 적절한 이중주 때문이었다. 적절한 보건, 의료, 주택 혜택, 보편적 교육기회 제공, 노후 생계지원 등 튼튼한 복지체계 구축이 국민 통합과 정치적 안정, 생산성 제고의 핵심축이 되었다. 빈부 격차 시정→사회적 약자 보호→중산층 강화→사회 통합→성장 및 고용 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효과적으로 작동한 것이 안정된 성장, 낮은 실업, 저 인플레라는 경제 성과를 가능하게 하였다. 특히 정부는 근로자와 자본가 사이의 적절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중심적 역할을 하였다. 한편 복리 후생에 대한 개인의 공정한 분담을 강조함으로써 보모국가(nanny state)의 함정에 빠질 위험을 최소화하였다.

싱가포르는 중국·말레이·인도계가 뒤섞인 다민족 국가다. 민족 간 균형과 통합이야말로 국가 안정의 초석이다. 싱가포르는 내각 각료 배분에서 공공기관 임직원 인사에 이르기까지 민족 간 균형과 탕평 인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예를 들면 공공임대 아파트 단지에서 특정 민족의 비율이 기준치를 넘으면 더이상 임대 기회를 주지 않는 등 사회적 기회 균등을 위해 각종 제도적, 비제도적 장치를 작동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교육과 연구 개발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싱가포르 국립대는 홍콩 과기대와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명문으로 발돋움했다. 폴리텍·ITE(Institute for Technical Education)는 기술인력의 3분의 2를 배출하는 허브 역할을 담당하며 공학·비즈니스·서비스 융복합 인력 양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실사구시적 직업교육이 낮은 실업률(1.8%)과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 기여하였다.

싱가포르가 직면한 도전도 결코 만만치 않다. 10.5%에 달하는 노인인구 비율은 노인 부양비용 증대와 사회 역동성 저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2030년대 68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인구 문제는 친환경적이면서 집약적인 국토 개발 전략을 요구한다. 해안가 베이 가든은 친환경 자연 개발에 대한 응답이며 쇼핑지구 오차드로드의 ION 몰은 지하 개발의 성공 사례다. 난양기술대 자오 지예 소장 말처럼 “지하 공간의 활용이야말로 싱가포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전진하라 싱가포르여’라는 싱가포르 국가처럼 싱가포르의 지속 성장에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

박종구 폴리텍대학 이사장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오늘도 완벽‘샷’
  • 따끔 ㅠㅠ
  • 누가 왕인가
  • 몸풀기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