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사시사철 먹거리가 넘쳐나는 고장, 경남 통영. 계절별로 즐기는 음식도 다양하다. 봄이면 ‘도다리쑥국’, 여름이면 ‘장어’, 찬 바람 불기 시작하면 ‘굴’과 ‘물메기’ 등등. ‘동양의 나폴리’라는 별명처럼 수많은 볼거리와 먹거리로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도시다.
요즘 통영은 꽃구경에 나선 미식가들로 들썩이고 있다. 육지가 아닌 바다에 핀 꽃 때문이다. 이 꽃은 먹을 수도 있고, 게다가 맛도 좋다. 물밑에서 꽃봉오리를 틔운 멍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바다를 품은 듯한 특유의 맛과 향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4~5월 멍게가 가장 맛있다고는 하지만, 본격적인 더위가 오기 전까지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멍게는 우리나라와 일본 북태평양 연안에 서식한다. 암석이나, 해초, 조개 등의 표면에 달라붙어 살아가는 척삭동물로, 멍게와 함께 미디덕이 대표적인 척삭동물이다. 멍게는 일단 생김새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적황색 타원형에 돌기가 많이 난 단단한 껍질로 덮여 있다. 자연산 멍게는 껍질이 두껍고 돌기가 높게 솟아올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양식산은 껍질이 얇고 돌기가 낮게 돌출돼 있다. 몸의 한쪽 끝은 단단한 바위 등에 붙어 있는데, 그 반대편에 두 개의 수관이 있다. 한쪽은 입수공으로 물을 받아들여 먹이와 산소를 얻고, 다른 쪽인 출수공으로 물과 노폐물을 방출한다.
경남 통영 향토식당 늘해랑의 멍게비빔밥과 생선구이
멍게는 바다의 맛을 제몸 가득 품고 있다. 향이 강해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중독성도 강하다. 한동안 입안에 쌉쌀하게 남는 단맛의 여운 또한 멍게 맛의 특징이다. 이 특유의 맛은 불포화알코올인 ‘신티올’ 때문이라고 하는데,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멍게라고 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식용 멍게는 돌멍게와 꽃멍게, 비단멍게가 있다. 최근에는 많은 양을 수하식으로 양식한다. 통영과 거제가 주산지다. 싱싱한 멍게는 껍질 색이 진하고 단단하며 속살은 밝은 주황색으로 특유의 향이 있다. 시중에서는 보통 손질된 봉지 멍게를 구입할 수 있다. 하루나 이틀 정도 냉장 보관할 수도 있지만, 먹을 만큼만 사서 되도록 빨리 먹는 게 가장 좋다. 회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갖은 채소를 넣어 비빔밥으로 먹는다. 회보다는 멍게비빕밥이 더 대중적이다. 통영이나 거제에서는 멍게로 젓갈을 만들거나, 생으로 밥에 올려 비벼 먹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