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가다]이성 구로구청장 "도시의 미래는 책 속에…도서관 천국 만든다"

구로구 천왕산 책쉼터 현장인터뷰
화재를 기회 삼아 도서관 건립 아이디어
엔데믹 맞아 책 축제 등 문화행사 기획
안양천 일대 국내 세번째 국가정원 추진
  • 등록 2022-04-26 오전 5:50:00

    수정 2022-04-26 오전 6:16:35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몇 살이야? 숲 속에 도서관이 있으니 좋지?”

지난 13일 구로구 항동에 위치한 천왕산 책쉼터에서 만난 이성 구로구청장은 도서관을 찾은 초등학생 아이에게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말을 걸며 빙그레 웃었다. 이 곳은 5년 전인 2017년 인근 야산에 큰 화재가 발생해 폐허가 됐지만 이 구청장의 아이디어로 주민을 위한 도서관, 캠핑장, 스마트팜 등으로 재탄생한 장소다. 이 구청장은 “과거 이 주변은 지금과 다르게 개발되지 않은 임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주변 주민분들이 자기 일처럼 물을 퍼 나르며 도와준 덕에 조기에 화재진압이 가능했다”며 “‘위기는 기회다’라는 생각으로 잿더미가 된 장소에서 도서관을 짓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며 화재 당시를 떠올렸다.

구로구는 지난달 주민들이 자연 속에서 책을 읽으며 휴식할 수 있도록 천왕산 일대에 책쉼터를 마련했다. 이 곳은 약 3000여 권의 도서를 비롯해 다양한 열람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성 구로구청장(왼쪽 첫번째)이 천왕산 책쉼터를 찾은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책을 보고 있다.
◇관내 도서관 114곳으로 3배 껑충…복합문화공간 변모

제24회 행정고시 합격 후 청와대와 서울시를 거쳐 2010년 구로구청장에 오른 이 구청장은 임기 12년 동안 ‘아이 키우기 좋은 구로’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낙후된 지역이라는 도시 이미지를 바꾸고 부족한 도시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주력했던 사업 중 하나가 도서관 건립이다. 그가 ‘도시의 미래는 책 속에 있다’는 신념으로 책 읽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주력한 결과 취임 초기 40여 곳에 불과하던 관내 도서관은 현재 114곳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날 찾은 천왕산 책쉼터에도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책을 보려고 몰린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상 1층, 연면적 290㎡로 지어진 이 공간은 편백나무로 골조를 만들어 공간마다 숲 향기가 가득하고, 천장 곳곳에는 밤에 별을 감상할 수 있도록 작은 창문이 설치돼 있었다. 약 3000여권의 다양한 도서과 비치돼 있어 책을 고른 아이가 엄마와 함께 마룻바닥 형태의 열람공간에서 도서를 읽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구청장은 “지난달 도서관 문을 열었는데 주변에 도심 속 숲을 만끽할 수 있는 숲속 산책로가 있는데다 캠핑장이나 농업 체험장인 스마트팜도 있어 예약이 힘들 정도로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이성 구로구청장.
이 구청장은 코로나19로 거리두기를 원하는 주민을 위해 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생활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택지 개발로 인구가 급증한 항동 지역에 항동 푸른수목원이 들어서고, 고척 스카이돔 지하에 서울아트책보고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개봉1동 돌봄특화도서관 △KBS 송신소 부지에 복합문화타운 △장애인 및 돌봄 아동을 위한 궁동어린이도서관 △구일·온수역에 스마트도서관 등 주민을 위한 맞춤형 문화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책 축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기획 중이다. 이 구청장은 “올 가을에는 구민들의 독서 욕구를 충족하고 현장에서 참여 가능한 다양한 독서 문화 행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천 국가정원 지정 추진…정부 지원이 관건

구로구는 도심 생태축 회복과 녹색도시 완성을 위해 국가정원 지정도 추진한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걸쳐 있는 안양천 일대에 100리 물빛 장밋길을 연결해 순천만, 태화강에 이어 국내 세번째 국가정원으로 명소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 것. 이 사업은 이 구청장의 제안으로 안양천에 걸쳐 있는 금천·영등포·양천구를 비롯해 경기 광명·군포·의왕·안양시 등 8개 지자체가 손을 잡았다. 이미 올 1월 안양천 명소·고도화사업 업무협약을 맺는 등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이 구청장은 “서울시 7개 자치구와 경기도 6개 시에 걸쳐 있는 총 길이 32.5km의 안양천은 과거 오염하천의 대명사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하천 정화 작업과 초화류·수목을 식재하는 노력 끝에 이제는 생태공원 변모하는 등 주변이 확 달라졌다”며 “국가 정원 지정을 위해 8개 지자체가 힘을 모으기로 합의한 만큼 녹화사업을 지속해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국가정원 조성과 관련 기본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구체적인 계획안을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 환경부를 비롯해 서울시에 의견을 전달한다고 해도 국·시비 지원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안양천은 지방관리 하천이 아니라 국토관리청에서 관리하는 국가 하천이기 때문에 국고 지원을 하는 것이 맞다”며 “최소 1000억 가량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한다고 해도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6월 구청장 임기가 만료되는 이성 구로구청장이 지난 12년을 돌아다보며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 구청장은 공약을 잘 지키는 행정가로도 유명하다. 총 3번의 구청장 선거에 나갈 당시 선거 운동에 바로 나서기보다는 구정에 맞는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공약을 만들기 위해 더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는 일화가 회자되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그는 자치구청장 중 유일하게 매니페스토 주관 평가에서 12년 연속 수상, 5년 연속 최우수상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89개 공약사업 중 이행률은 91%를 기록했다. 이 구청장은 “안양천 수목원화, 공공와이파이 최초 설치, 가리봉 시장 현대화 등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올해 6월 구청장직을 내려놓으며 40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 짓는 그의 소회는 어떨까. 이 구청장은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이나 오류동 동부제강 건물 부지 개발사업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떠나는 점이 아쉽다”면서 “안양천 아래 지역 절반 가량이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었는데 직접 수도 방위사령부. 한미연합사를 찾아가 협상, 고도제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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