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한약재·수목원까지…없는거 빼고 다 있다

과거와 현대 공존하는 동대문구 시장 투어
골동품 즐비한 답시리부터 70년 역사 경동시장 등
노포 맛집, 영휘원&숭인원까지 다양한 코스 추천
  • 등록 2021-09-19 오전 8:00:00

    수정 2021-09-19 오전 8:00: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번 추석에는 명절을 맞아 특색있는 전통시장들이 자리한 동대문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서울약령시부터 골동품이 가득한 고미술상가 그리고 풍물시장, 경동시장에서 우리의 멋과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한국 최초의 수목원인 홍릉시험림에서는 과거 대중에게 오픈되지 않았던 만큼 잘 보존된 다양한 식물들을 함께 볼 수 있어 도심 속 휴식처로 안성맞춤이다.

골동품이 즐비한 답십리 ‘고미술 상가’
골동품이 즐비한 답십리 ‘고미술 상가’

답십리(踏十里)라는 지명은 조선 건국 당시 무학대사가 도읍을 정하려고 도성에서 10리 떨어진 땅을 밟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1980년대부터 청계천, 아현동, 황학동 등지에 흩어져 있던 고미술상들이 답십리로 모여들어 상가 거리를 형성했다.

답십리역 대로변 뒤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삼희아파트가 나타난다. 아파트 1층의 상가 구역 앞에는 박물관에서나 볼법한 유물들이 길가로 쏟아져 나와 있고 복도에는 한옥의 문, 창살, 장식장 등이 빼곡하게 놓였다. 공예품, 도자기, 석물, 그림 등 각양각색의 물건은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다. 고급스러운 고미술품부터 가볍게 꾸밀 수 있는 소품까지 수많은 골동품이 진열돼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고미술에 매력을 느낀 외국인들이 주로 찾아와 물건을 구매해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소품을 찾는 국내 고객들의 발걸음이 주를 이룬다. 답십리 고미술 상가를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가게 한 곳을 정해 나만의 단골집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고미술 상가 방문 후에는 노포 맛집인 ‘성천막국수’에서 식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도보로 약 10~15분 거리에 있는 30년 전통의 막국수 전문점이다. 대표 메뉴인 물막국수는 오로지 동치미 국물만을 이용하고, 고명과 양념을 곁들이지 않아 막국수 본연의 맛에 집중하게 한다.

노포 맛집인 성천막국수에서는 오로지 동치미 국물만을 이용해 막국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서울풍물시장’

한국전쟁 이후 청계천 인근에 고물상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에서부터 풍물시장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전국의 골동품상과 수집가들이 모여들면서 시장을 형성해 ‘황학동 도깨비시장’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거래 물품의 다변화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라는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낼 정도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벼룩시장’ - ‘도깨비시장’ - ‘개미시장’ - ‘만물시장’ - ‘마지막 시장’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릴 만큼 천의 얼굴을 간직한 시장으로 명성을 이어왔다. 이후 2003년에 ‘동대문 풍물벼룩시장’, 2008년에 ‘서울풍물시장’으로 명칭이 바뀌며 서울을 대표하는 중고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풍물시장은 색깔별로 구역을 지정해 물품을 판매한다. 화려한 골동품이 줄을 잇는 녹색동의 모습이다.


시장은 총 2층으로 색깔별로 구역을 지정해 간판의 색을 맞추어 시장을 찾는 고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1층의 노랑동은 생활잡화, 주황동은 구제 의류를, 초록동은 각양각색의 골동품을, 빨강동은 먹거리를 파는 식당가로 이루어져 있다. 2층의 남색동은 생활잡화를, 파랑동은 의류를, 보라동은 취미생활 용품을 판매한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초록동의 골동품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놋그릇부터 동양의 고미술품, 유럽풍의 장식품이 가득 차 있다.

2층에는 60~70년대 서울 시내 상점가를 재현한 테마존인 ‘청춘 1번가’가 있다. 스튜디오처럼 꾸며진 공간에는 교복을 대여해주는 청춘사진관, 옛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레코드 방, 추억의 만화 주인공을 만날 수 있는 만화방, DJ가 있는 음악다방 등으로 꾸며져 과거로 추억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기분을 즐길 수 있다.

풍물시장 안에는 ‘빨강동’이라 불리는 식당가가 있다. 여러 점포가 들어선 만큼 국밥류, 면류, 불고기, 생선구이 등 메뉴도 다양하다. 날씨나 기분에 따라 끌리는 음식을 골라 가게를 방문해보자. 먹자골목 특유의 구수한 냄새와 상인들의 손맛이 더해져 맛이 좋다.

약령시 상가 골목은 국내 최대 한약재 시장인 만큼 다양한 한약재들이 즐비해 있다.


국내 최대 한약재 시장 ‘서울약령시장’

널리 구제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보제(普濟)원은 조선 시대 백성들에게 의술을 베풀던 의료기관이다. 서울약령시장은 옛 보제원 터에 자리 잡고 질 좋은 약재를 공급하는 국내 최대의 약령시로 공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한약재의 약 70%가 서울약령시에서 거래될 만큼 규모가 크다.

서울약령시장은 제기동역부터 경동시장 사거리까지 골목길 사이 사이로 수많은 약재상과 한의원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약령시장 골목 깊숙이 들어가면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이 있다. 한의약과 관련된 유물과 다양한 약재를 전시하고 있어 시장에 왔을 때 함께 방문해 볼 만 하다. 한약재를 넣은 물에 발을 담가 피로를 풀어주는 족욕체험, 온열안마배드에 앉아 스트레스를 진단하고 한방팩을 처방받는 보제원 체험실 등을 운영하고 있어 몸으로 느끼는 한방 관련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웰니스 여행지이기도 하다.

약령시 골목에는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포 식당들이 있다. 그중 연탄불에 돼지갈비를 굽는 감초식당과 경동연탄돼지갈비, 30년 넘은 세월 동안 갈비탕과 도가니탕을 팔아온 토성옥 등이 대표적이다. 점심시간에는 가벼우면서도 든든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토성옥에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 오랜 시간 끓여낸 육수의 맛이 맑고 깊어 진하고 부드러운 맛을 낸다.

경동시장의 건어물 코너의 모습


7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경동시장’

경동시장은 ‘약령시’와 맞닿아 과거에는 따로 구분 없이 ‘경동한약상가’라는 이름으로 한약재를 파는 시장으로 명성을 얻었다. 고추, 버섯, 도라지나 인삼, 수삼 등을 함께 취급하면서 점포가 점점 늘어났다. 이후 수산시장과 청과물시장까지 갖춰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제기동역부터 청량리역 사이의 상권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경동시장 2층과 3층에는 색다른 공간인 상생 스토어가 있다. 대형마트와의 경쟁으로 시장에 매출이 감소하자 상인들의 동의를 얻어 2층에는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을, 3층에는 청년몰을 입점시킨 상생 스토어가 탄생했다. 2층에는 작은 도서관과 카페, 인삼 판매장과 함께 노브랜드 매장을, 3층에는 ‘서울훼미리’라는 이름으로 청년몰을 만들었다. 청년몰은 청년들의 젊은 감각이 입혀진 음식을 먹거리로 내놓는 푸드코트와 디저트를 파는 점포가 들어섰다. 마트와 시장이 공존할 수 없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고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상생의 가치를 담았다.

경동시장은 동대문구의 지원으로 온라인 전통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운영한다. 신선한 채소, 수산물, 육류 등을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동대문구 지역 내에 2시간 이내에 배송한다. 최소 주문 금액은 1만 5000원이며 배달료 4000원이 추가된다.

경동시장에 왔다면 ‘청년몰의 푸드코트’를 이용해 보자. 약 20여 개의 청년 업체가 입점해 중화요리, 분식, 한식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감각이 어우러진 맛과 부담 없는 가격에 든든하게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시장을 벗어나 청량리역 2번 출구로 가면 ‘청량리 먹자골목’이 있다. 먹자골목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감자탕, 닭볶음탕, 아귀찜 등 다양한 가게가 즐비해 있다.

5-4. 홍릉시험림 길 건너에 위치한 영휘원과 숭인원은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 좋다.


다양한 식물유전자원이 가득한 도심 속 휴식처 ‘홍릉시험림’

빌딩 숲이 가득한 서울에도 숲의 향기를 즐길 수 있는 홍릉시험림이 있다. 정식 명칭은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시험림’이다. 1922년 일제강점기 시절, 서울의 동쪽 천장산 남서 자락에 임업시험장을 창설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 조성되었다. 현재는 국내외 다양한 식물유전자원 총 2,035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연구하고 있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다가 1990년대부터 숲을 개방하여 평일에는 생태학습 교육장, 주말에는 자유 관람으로 도심 속 휴식처가 되고 있다.

명성황후는 1895년에 일제에 의해 경복궁 곤녕각에서 시해된 후 폐위되었는데, 1897년에 복원되어 국장을 치르고 이곳에 묻혀 ‘홍릉’이라고 불렸다. 1919년 고종 황제가 승하한 후 명성황후의 능을 고종의 능인 홍유릉으로 이전하여 합장하게 되면서 현재는 터만 남아있다.

홍릉시험림 입구의 모습이다.


수목원은 침엽수원과 활엽수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 수목원부터 제8 수목원까지, 그리고 약용식물원과 난대식물원, 조경수원까지 총 11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오랜 시간 연구원으로 개방되지 않던 숲이라 입구에서부터 호젓한 분위기가 물씬 난다. 고요한 어머니에 품속에 안긴 듯 아늑하게 산책하기 좋다. 평일에는 정해진 시간(10:30, 13:30, 15:30)에 예약을 통한 해설사 투어만 가능하고 주말에는 정해진 시간(10:30, 14:00)에 예약 없이 해설사 투어와 자유 관람이 가능하다.

고종의 후궁인 순헌황귀비 엄씨의 능인 ‘영휘원’과 순헌황귀비의 손자인 이진의 묘인 ‘숭인원’이 홍릉수목원 길 건너에 있다. 순헌황귀비는 을미사변 이후 아관파천 때부터 고종을 모신 후 후궁이 되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로 알려진 영친왕을 낳았다. 영휘원과 숭인원은 다른 조선 왕릉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즐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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