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세금 더 걷어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 토지 보상해주려고 하나.”
15일 부동산 온라인카페에 올라온 한 네티즌의 글 중 일부다.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에 전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국토교통부가 역대 두 번째로 상승률이 높은 ‘아파트 공시가’를 발표했다. 더구나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혁명’을 거론하며 “부동산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또 강조해 ‘내로남불’ ‘민심이반 가속화’란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시내 아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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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이날 올해 1월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 1420만5000가구에 대한 공시가격안을 발표했다. 전국 평균 19.08% 상승으로 2007년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천도론’을 등에 업은 세종시는 무려 70.68% 폭등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세종의 작년 아파트값 상승률(44.93%)보다 공시가 상승률이 높다. 세종은 공시가 중위값도 4억2300만원으로, 역대 처음으로 서울(3억8000만원)을 앞지른 지역이 됐다. 경기 23.96%, 대전 20.57%, 서울 19.91%, 부산 19.67% 순이었다. 서울에선 노원구(34.66%)를 비롯한 강북권의 공시가 상승률이 강남구(13.96%) 등 강남권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재산세 할인 혜택을 못 보는 공시가 6억원 초과 아파트가 작년 68만3455가구에서 올해 111만7104가구로 63.4%,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대상인 공시가 9억원 초과 아파트가 작년 30만9361가구에서 52만4620가구로 70% 각각 늘어나면서 조세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시가 급등에 보유세가 수직상승하기 때문이다.
| (그래픽=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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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시뮬레이션을 보면 9억원이 넘는 집 한 채(장기보유 미적용)만 갖고 있어도 보유세 부담이 작년보다 30% 이상 껑충 뛴다. 공시가 12억원인 집주인은 올해 보유세가 432만원으로, 작년(302만원)보다 43%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세부담 가중은 다주택자에 더 가혹하다. 공시가격이 각 25억1000만원, 15억5000만원인 강남권 아파트를 한 채씩 가졌다면 보유세 부과액은 845만원, 2166만원이다. 하지만 두 채를 함께 갖고 있다면 1억2089만원을 내야 한다. 작년보다 2000만원 정도 세부담이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공시가 급등에 따른 다주택자의 매도 효과는 제한적이고, 오히려 국민적 반발만 극대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부담을 못 이겨 일부는 내놓겠지만 이미 작년에 처분한 사람이 많아 나오는 매물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조세부담이 세입자한테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LH 땅투기 의혹이 아파트 투기 의혹까지 번져가는 와중인데 1주택 실수요자의 세금도 올린다니 조세저항이 더 커질 것”이라며 “서울시장선거에서도 정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