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살린 ‘기적의 명약’은

렘데비시르, 덱사메타손, 리제네론 항체치료제 3종
WHO “렘데비시르, 사망률 못 낮춰” 논란
유사 항체치료제는 안전 상의 문제로 임상 중단
  • 등록 2020-10-17 오전 6:00:00

    수정 2020-10-17 오전 6:00:00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 열흘 만에 완치됐음을 알리면서 그의 치료에 사용된 약의 종류와 효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2일(현지시간)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은 후 사흘만인 지난 5일 퇴원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2일에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플로리다주에서 선거운동을 재개하면서 완치 판정을 받았음을 밝혔다.

대선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의 디모인 국제공항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AFP, 로이터 등 외신에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그가 투여받은 주요 치료제는 길리어드사이언스사의 렘데시비르,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 ‘REGN-COV2’, 염증 치료제인 덱사메타손 등 3가지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사이언스사가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치료제로 주로 중증 환자에 투여된다. 한국에서도 지난 13일까지 62개 병원이 600명의 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것으로 방역당국은 집계했다.

덱사메타손은 스테로이드계 소염제로 코로나19 환자의 생존률을 높이는 효능을 일부 인정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 나선 이후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면서 “면역이 생겼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일각에서는 스테로이드 성분 때문에 일시적으로 몸 상태가 좋아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환자의 항체를 섞어 만든 약이다. 현재 회사가 3차 임상시험 중이라 시험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환자는 맞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증 환자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투여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를 통해 해당 약물 치료를 받았다.

콘리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타민D, 아스피린 연구 중인 치료제 중 하나인 파모티딘 등도 함께 복용했으며 여러 차례 산소 보충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치료를 받으려면 1억 원 이상이 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의 검사비가 100달러(약 11만 원), 민간 의료보험을 적용했을 때 렘데비시르 가격이 3120달러(360만 원) 정도이며 임상 단계인 항체치료제는 수 천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입원비와 응급 헬기 이용비까지 합하면 10만 달러(1억1000만 원)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여받은 약들이 정말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나타낼 지는 의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환자 1만1266명을 상대로 진행한 실험에서 렘데비시르가 환자의 입원기간을 줄이거나 사망률을 낮춘다는 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와 비슷한 성분인 엘라이 릴리의 항체치료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잠재적인 안전 우려로 임상 시험이 중단됐다. 리제네론 항체치료제는 지난해 6월부터 학술연구가 금지된 태아 세포조직이 사용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 백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투여받은 약 대부분이 효과가 불분명한 약이라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기적의 약’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비타민D, 아연 등의 다양한 건강 약품도 복용하고 최고의 환경에서 치료받았기 때문에 빨리 회복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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