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을 누리과정 예산 부담을 둘러싼 지자체와의 갈등도 악재였다. 2015년 초 연말정산 파동을 겪었다. 앞서 2013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공제 혜택이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세 부담이 늘어났는데,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소급 적용이라는 최악의 대응을 했고, 건강보험료 개혁도 스스로 거둬들이면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이하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실질적으로 증세를 했다.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혜택 축소로 대기업의 실효세율을 2%포인트 이상 끌어 올리고 담뱃세도 인상하면서 박 전 대통령 임기 중 조세 부담률은 2%포인트 올랐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약속을 굳건히 지키고자 했던 박근혜 정부로부터 받은 60조원의 초과 세수라는 ‘선물’을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의 마중물로 잘 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는 필요한데, 세목을 늘리거나 세율 변경이 없으면 증세가 아니라는 고집을 피우면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대기업이 잔뜩 움츠려 있으니 대기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소상공인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을 한다고 하고 서민들은 물가가 너무 올라 외식하기조차 겁이 난다.
경제 현장 실패로 인해 ‘J 노믹스’의 기조를 수정하고 시장 친화적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지만 핵심 지지층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좌클릭’ ‘우클릭’을 고민하기보다 자신만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상황을 보는 결단을 해야 한다.
대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장래 전망이 불확실하니 기업들은 사내유보금만 쌓아 놓고 투자를 하지 않아 기대하던 ‘낙수 효과’가 없었듯, 소득주도 성장도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동안 고령화로 가계 소비의 주체가 된 노년층이 1인당 평균 1억 원이라는 저축액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지갑을 닫아버렸다.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아베 정부 이전에는 일본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소비 진작을 하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가계가 성장의 주체일 수는 없다.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으면 경제는 성장할 수 없다. 편을 가르기보다 부자와 서민, 가계와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경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