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軍 끌려갔던 큰형님과 형제상봉 “벅찬 감정 생전 처음”

“자상했던 큰형, 살아계시는 게 영광이고 고맙다”
  • 등록 2018-08-15 오전 6:00:00

    수정 2018-08-15 오전 6:00:00

(공동취재단)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공동취재단] 8·15 계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북한군에 끌려갔던 큰형을 만나는 이수남(77) 씨는 “벅찬 감정을 생전 처음 (느낀다)”고 벅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씨의 둘째형 이종식 씨도 “그거 거짓말 아니냐”고 되물을 만큼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이씨는 오는 20일 북한 금강산에서는 2년 10개월여 만에 이뤄지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통해 북한에 있는 이종성(85)씨와 상봉할 예정이다. 이씨는 큰형의 생존을 확인하고는 “엄마, 아버지가 생전에 소식을 들었으면은 (좋았겠구나) 그게 젤 첫번째 생각나더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씨는 모친이 큰형 종성씨의 귀환을 기대하면서 새벽마다 장독대에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를 하는 장면을 기억했다. 그렇게 10~20년 되던 새벽 기도는 모친이 연로해지면서 뜸해지다가 멈췄다. 그리고 68년이 지나서야 이씨 모친의 소원은 이뤄졌다.

이씨의 큰형 종성씨는 북한군이 병력 충원을 위해 젊은 사람들을 모아가면서 헤어졌다. 이를 피하기 위해 충남 진천 인근으로 몸을 숨기려다 광진교 근처에서 북한군에 발각돼 이씨의 모친은 아들을 뺏기고 혼자 돌아왔다. 종성씨의 친구 중에는 북한군에 잡혀갔다가 돌아오기도 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형님이)굉장히 차분하고 자상한 성격으로 (기억에) 남아있다”며 “형님하고 나하고는 나이 차이가 10살 (가까이) 차이가 나니까 더 챙겨줬을 수 있겠지”라고 소회했다. 이어 “지금 많이 연로하셨을텐데 상상이 잘 안된다”라며 “건강이나 좀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정말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형수님도 그렇고 조카도 그렇고”라며 “살아 계시는게 너무 영광이고 고맙다고 (말하겠다). 부모님의 한을 우리가 다 누리는 것”이라고 종성씨를 만나 처음 전할 말도 소개했다.

이씨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대해 “영광이지만 이게 마지막이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라며 “이산가족이 연세가 있으시고 우리도 나이 먹어가고 하니까 마음이 착잡하다. 영구적으로 상설면회소라도 생긴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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