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②“금융은 이제 IT…기술로 골드만삭스와 경쟁”

美 핀테크 스타트업 '다크매터' 이상화 대표 인터뷰
  • 등록 2017-09-18 오전 5:05:41

    수정 2017-09-18 오전 5:05:41

[편집자 주]요즘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들리는 용어가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사람이 해오던 일을 AI(인공지능)가 대신하고, 새로운 형태의 가전이나 자동차가 나타나 삶을 바꿔준다고 하지만 너무나 막연하게 들립니다. “4차 산업혁명은 모르겠지만 무언가 다가오고 있음은 분명하다”는 한 IT업계 전문가의 말이 아마도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이데일리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달라지는 현실을 소개하고 개인과 기업, 정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우리에게 다가올 현실을 조금 더 알수있길 바랍니다.


[뉴욕=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거대 투자은행(IB)과 스타트업이 경쟁하는 원동력은 바로 기술입니다.”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핀테크 스타트업 ‘다크매터(DarcMatter)’의 이상화(Sang. H. Lee·사진) 창업자 및 대표이사(CEO)는 골드만 삭스 같은 거대 IB를 두고 ‘경쟁사’라고 거침 없이 말했다. 10년 전 같으면 스타트업이 무슨 배짱이냐고 치부했겠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불가능해보이지만은 않게 됐다.

뉴욕에 본사를 둔 다크매터는 세계 금융의 중심 맨해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온라인 대체투자 플랫폼이다. 헤지펀드,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등 대체투자 시장에 직접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인 및 기관투자자를 포함하여 미국에 800명 이상의 고객을 두고 있으며 현재 50억달러 이상의 다크매터 플랫폼에서 운용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부모님을 따라 뉴욕으로 옮긴 이민 1.5세대다. 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계 대형 IB인 BNP파리바에 입사, 인베스트먼트 뱅커로 월 스트리트 생활을 하다가 2014년 다크매터를 창업했다.

그는 “대체투자 산업은 이제 시작이고 아직 우리 회사도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2~3년 있으면 메인 스트림이 될 수 있다”면서 “골드만 삭스같은 기존 대형 IB를 경쟁사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헤지·사모펀드는 개인은 사실상 투자가 불가능한데 핀테크 기술을 바탕으로 일반인도 쉽게 투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다크매터의 특징.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관련 정보를 상당히 많이 수집해야 하고 사전에 체크할 부분이 많은데 투자정보와 관련 규정, 절차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다크매터는 이러한 실력을 인정받아 블랙록, 훌리안로키, JP모건 등의 투자기관과 자산관리 회사 등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IT전문지 테크크런치로부터 ‘세계 스타트업 톱 15’에 선정됐으며, ‘2017 넥스트 머니 글로벌 핀테크에서 ‘가장 성장하는 핀테크 기업’ 부문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2년 미국 정부가 제정한 ‘잡스법(JOBS Act)’이 창업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법은 크라우드펀딩을 대폭 허용하고 신생기업의 자금조달과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이 골자로, 미국 핀테크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을 촉발했다.

그는 월가 금융맨으로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공력이 100년 넘은 금융회사마저도 불신을 받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목도했다. 미국 국민들은 당시 은행에 예금하지 않고 신용카드를 쓰지 않았다. ‘이름값’보다 ‘시스템’이 중요해지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2008년 이후 미국 금융 소비자들은 회사 규모보다 합리적인 금융 시스템, 운용 방식을 중요시하게 됐고 핀테크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며 “요새 골드만 삭스가 인건비의 40%를 IT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IT 공룡 구글이 자사 엔지니어에 지출하는 수준이다. 전통적인 대형사들도 기술이 앞으로 살 길이라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 삭스는 지난 2015년 ‘우리는 IT 회사’라고 자칭한 뒤 IT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중이다.

다크매터는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각종 투자 리스크를 찾아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내년에는 인공지능 투자자문 서비스 ‘로보 어드바이저’를 적용할 계획이다. 일반 투자에는 로보 어드바이저가 쓰이고 있지만 대체투자에는 사실상 처음이라고.

한편 이 대표는 뉴욕 내 ‘한인창업협회(KSE)’ 의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더 큰 물’을 찾아 미국을 찾는 한국인 스타트업에 창업 선배로서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인 창업자와 만나고 싶어서 동아리 같은 웹사이트를 만들었는데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KSE라는 단체가 됐다”며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많은데 요새 트렌드를 보면 기관투자자에 판매할 수 있는 핀테크 기술 쪽이 유망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현재 상하이, 서울에 이어 내년 싱가포르에도 지사를 설립할 예정인데 내년 내후년 아시아쪽에서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게 목표”라며 “특히 한국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기업의 투자 지원을 돕고 회사간 네트워킹을 위해 세계 각국의 대체 투자 전문가를 연결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21~22일 방한해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다크매터 대체투자 컨퍼런스(DMAC) 2017’를 연다. 해외 글로벌 자산 관리사들이 한국의 연기금, 정부 출자 펀드, 증권사 등의 투자 리더들을 직접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최근 들어 미국을 비롯한 해외 대체투자 산업에서 한국의 펀드와 증권사, 자산운용사, 연기금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어, 해외 자산운용사와 투자 전문가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투자 정보와 시장의 최신 트렌드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이상화(Sang. H. Lee) 다크매터 창업자·CEO

이상화(사진 가운데) 다크매터 CEO가 지난해 11월 열린 핀테크 컨퍼런스 ‘넥스트 머니 상하이 세미 파이널’에서 1위를 수상하고 있다.
△2008년 미국 빙엄턴대 금융공학과 졸업 △2010~2013년 BNP파리바 인베스트먼트 뱅커 △2014년 다크매터 창업 △2012년(~현재) 미국 한인창업협회(KSE)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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