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석 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친척과 지인들은 국회 출입기자인 필자에게 대뜸 이런 말을 건넸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명절 직전까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긴박하게 진행됐던 제1야당 대표의 단식, 국회의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법원 구속영장 결정 등을 떠올렸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들이 얘기한 것은 이런 스펙터클한 상황 속에서 벌어진 국회의원들의 막말 퍼레이드와 추태(醜態)였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정기국회의 첫 일정인 대정부질문. 정부 관료를 불러 국정 운영 전반과 현안을 묻기 위한 자리지만 결국 여야의 말싸움과 비난이 난무한 정쟁의 장이 됐다. 탈북자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을 거세게 비판하며 날을 세우자,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 쓰레기”라는 발언을 했다. 태 의원이 다음날 단식 8일째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항의하러 갔다가 결국 쫓겨나다시피 끌려나온 영상은 유튜브 쇼츠(짧은 동영상) 등 숏폼 플랫폼을 통해 급속히 번지며 웃음거리 영상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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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라고 다를까.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는 아수라장이 됐다. 범죄 혐의를 설명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범죄 혐의 발언이 시작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싸우자는 거냐, 법정이냐, 검사냐”며 마구 고성을 질렀다. 범죄 혐의 설명은 국회법상 정해진 절차였지만 막무가내였다. 지난 5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격론이 치열해지자 민주당 문체위 간사인 김윤덕 의원은 “지X”, “염X”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청문회와는 아무 상관없는 감정싸움이었다.
이쯤 되면 국회의원들이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불체포특권·면책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을 징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국회 윤리특위다. 하지만 21대 국회 들어 윤리특위에 제소된 53건 중 징계건수는 단 한 건도 없다. 심지어 코인 투자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며 제명까지 거론됐던 김남국 의원 징계 논의도 쏙 들어간 상황이다. 윤리특위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의원은 본인의 언행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국민들은 막말과 추태를 보기 위해 당신들을 뽑은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