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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일)부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유효기간 6개월이 끝나면 QR코드를 스캔할 때 경고음이 울릴 정도로 방역패스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하지만, 방역패스를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는데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그래서 정부는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예방접종 스티커’를 발급 중이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 소상공인도 방역패스에 비상이다. 네이버 지식iN에는 가게에 두려는 ‘QR코드 리더기’에 대한 정보나 ‘휴대폰 공기계 활용법’에 대한 문의가 잇따른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우리 사회 전반의 디지털전환을 앞당기고 있다. 방역패스가 없으면 밥을 먹거나 학원 가기도 어렵고,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 매장이 늘면서 어르신과 장애인들은 답답함을 겪고 있다.
기기 보급은 늘었는데…“쓰기는 어려워”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보취약계층(고령층·농어민·장애인·저소득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68.9%(2018년)→69.9%(2019년)→72.9%(2020년)으로 매년 좋아지고 있다. 이는 일반 국민의 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할 때 취약계층 수준을 의미한다.
디지털소외는 늘어나는데 왜 수치는 올라갈까? 박솔 과기정통부 디지털사회기획과 사무관은 “스마트폰 같은 기기보급이 늘어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활용이나 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사에서 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접근은 93.7%, 활용은 74.8%, 역량은 60.3% 순이었다. PC나 스마트폰 보급이 늘었고,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활용은 늘었지만, 악성코드를 검사하거나 필요한 앱을 까는 역량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정부는 지자체와 협업해 전국 면사무소 등에 ‘디지털배움터(포털 창에서 디지털배움터를 치면 지역 등 상세 정보가 나온다)’를 1000개소 만들었지만, 디지털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받기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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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의 디지털 소외가 가장 심각하다. 고령층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68.6%로, 농어민(77.3%), 장애인(81.3%), 저소득층(95.1%) 순이었다. 정부 역시 키오스크에 대한 장애인·고령자 접근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충분한 조작 시간을 주고, 전화번호나 음성 같은 키오스크 도움 요청 방법을 기기에서 제공하며, 휠체어 대비 높이를 조정해 장애인들도 맘놓고 쓸 수 있는 키오스크를 만들려 한다.
홍경순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수석은 “1,2 월쯤 장애인과 고령자가 쉽게 쓸 수 있도록 돕는 ‘단말기(키오스크) 접근성 가이드라인(국가표준, KS X 9211)’이 기술표준원에서 개정될 예정”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표준은 국가기관 키오스크에만 의무화돼 민간 적용은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상 키오스크에 대한 접근성 해결은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 시행령이 논의 중인데, ‘장애인도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과 동등한 수준으로 재화, 용역 등을 이용할 수 있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법 규정에 따라 키오스크 표준화가 논의되고 있다. 장애인 접근성을 개선한 키오스크는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 1월 28일부터 민간에도 적용된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인 홍 수석은 “얼마 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휠체어에서 내릴 수 없어 키오스크를 활용하지 못해 1분 이상 벨을 누르고 점원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전면 시각 장애인들은 모두 음성으로 들어야 하는데 이런 게 준비된 패스트푸드 점이나 카페는 하나도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2023년 1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되면 민간에도 적용되는데 각 사업장이 새로 하드웨어를 사야하기 때문에 (혼란을 줄이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포용법 필요하다…‘중기부 키오스크 보급’과 연결돼야
이런 문제를 총괄해서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포용법’은 지난해 1월 발의됐지만 과방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과기정통부가 국가기관 등의 접근성 보장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개선 및 시정을 권고할 수 있고(제18조 제1항)△제조업자 등 민간 사업자의 접근성 현황을 조사하고 결과를 공표할 수 있다(동조 제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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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포용법’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처럼 과태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적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올해 민간 키오스크를 위한 소프트웨어 표준화(취약계층 유형별 접근성을 보장한 사용자환경(UI)을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가 막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태조사권과 시정 권고부터 시작하자는 의견이 많다. 자칫 과태료부터 꺼내 들면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비용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기정통부가 올해 추진하는 접근성 보장 UI 소프트웨어를 채택하는 키오스크제작 업체들은 중기부가 중소상공인 키오스크보급 사업(스마트기술 보급사업)에서 우대해주는 등 부처간 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기부가 중소상공인 키오스크 보급 사업을 진행중인데, 2023년 장애인차별금지법 본격 시행과 과기정통부 접근성 보장 SW 활용 등으로 자칫 1년 만에 폐기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중기부 사업과 장애인차별금지법, 국가표준 등을 연계해 주면 중소 키오스크 제작업체들도 큰 부담 없이 정부 시책에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신욱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는 “AI, IoT, 빅데이터 등의 기술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수준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사회의 삶 전반을 뒤바꾸는 힘을 가졌다. 그래서 디지털기술에 대한 접근과 활용 격차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나 사회 갈등 격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 번 벌어진 디지털 격차가 사회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격차로 확대되고,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지 않으려면 ‘디지털포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