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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서 빅4로…게임산업 지형 변화
현재 게임 빅3 구도는 매출 기준으로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순이다. 넥슨이 늘 앞서나갔다. 작년 기준 넥슨은 매출 3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며 업계 맏형다운 실적을 냈다. 넷마블이 정체기에 들어섰고 엔씨소프트가 급성장하면서 작년 기준 두 회사 매출이 비등하다. 넷마블이 2조4848억원, 엔씨소프트가 2조4162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이런 가운데 크래프톤의 상장은 오랫동안 변함 없던 게임업계 판도에 변화를 줄 사건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는 10일 유가증권시장(KOSPI)입성을 앞둔 크래프톤은 상장 직후 24조3512억원에 이르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국내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는 물론 일본 도쿄 증시에 상장한 넥슨을 넘어서게 된다. 상장 게임업체 기준으로 빅4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크래프톤의 작년 매출은 1조6704억원이다. 연 매출로는 가장 뒤쳐지지만, 글로벌 흥행 IP인 배그를 등에 업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배그는 최대 100명 중 1명이 살아남는 오픈월드 기반 ‘생존경쟁 총싸움(배틀로얄 슈팅)’ 장르의 시초격인 게임이다. 이 같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재미를 추구한 모험적 시도가 제대로 적중했다. 그동안 배틀로얄은 게임 내 콘텐츠 중 하나로 인기를 끌었지만, 크래프톤은 하나의 완결된 상품으로 만들어냈다. 이 덕분에 폭발적인 호응을 끌어냈고 패키지 판매로만 7500만장을 넘기는 등 국내 게임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세계적 흥행을 거뒀다.
다른 선두 게임업체들은 배그를 벤치마킹한 흥행작을 내놔야 할 상황이고, 단일 흥행 IP라는 뚜렷한 약점을 가진 크래프톤 역시 제2의 흥행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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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물관리위원장을 역임했던 이재홍 숭실대 교수는 크래프톤 상장에 대해 “긍정적이고 좋은 시그널”이라며 “새로운 IP를 장착하고 제대로 된 스토리를 갖춘다면 또 다른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른 경쟁사들도 분주하다. 얼마 전 카카오게임즈가 기존에 없던 IP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내고 구글 앱마켓 매출 선두에 올랐다. 흔치 않은 북유럽 신화 세계관을 채택했고 모바일 최고 수준의 그래픽 품질과 경쟁 게임 대비 높은 자유도, 화끈한 전투 등을 구현해 4년여 이어진 리니지 독주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외에 드러난 창작 IP로는 넥슨이 곧 알파테스트를 앞둔 ‘프로젝트 HP’가 있다. 내부에선 최근 유행 중인 게임 제작 플랫폼을 겨냥한 도전적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펄어비스가 준비하는 ‘붉은사막’도 전에 없던 IP다. 검은사막의 명칭을 이어가지만,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 완전히 새롭게 개발 중이다.
그럼에도 배그, 오딘처럼 창작 IP 기준으로 보면 기대를 걸만한 신작이 크게 줄어든다. 이와 관련해 업계가 ‘모험보다는 안전’ 위주로 IP의 재활용에 몰두한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게임학회장을 연임 중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텐센트 게임 매출이 한국 게임 전체 매출보다 큰 상황”이라며 “창업자들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