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과 주거 빈곤율 해소를 위해 서울시가 도입한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가 17일과 19일 서대문구 충정로역과 광진구 강변역에서 각각 ‘역세권 청년주택’ 첫 입주자 모집에 나서지만 일부 주택형이 인근지역 오피스텔 평균 임대료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틀 간 충정로역(499실)과 강변역(84실) 인근에 들어서는 역세권 청년주택 607실에 대한 입주자 모집을 진행한다. 실제 입주는 오는 2020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지하철역 근처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19∼39세의 대학생·사회초년생 등 청년 1인 가구나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는 준(準)공공임대주택이다. 전체 물량의 10~25%는 공공임대로 기부채납(공공기여)하지만 나머지 물량은 민간 물량으로 채워진다. 이 때문에 민간 물량에 대한 고액 월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대문구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 청년주택은 공공지원 민간 임대주택(450실)의 임대보증금 3640만~1억1280만원(임대보증금 비율 30~40%)에 월세는 29만~78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용면적 17㎡(임대보증금 비율 40%)는 임대보증금 5310만원에 월세 32만원이다. 전용면적 35㎡(A~C 타입)는 임대보증금 7550만~1억200만원에 월세 60만~71만원 수준이다.
부동산 정보서비스 업체 ‘직방’에 따르면 역세권 청년주택은 충정로 인근인 서대문·마포·종로· 중구의 오피스텔 환산전세금(월세를 전세보증금으로 환산해서 계산)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전용 20㎡ 이하는 주변에 낡은 오피스텔에 비해 역세권 청년주택이 1000만~2000만원 낮지만, 20~30㎡ 이하는 1000만원 이상 높다. 전용 30~40㎡ 이하는 전체에 비해서는 약 6000만원 높게 임대료가 책정돼 있다. 직방측은 “역세권 청년주택 임대료가 신축오피스텔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전체 오피스텔 평균 임대료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직방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거래된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료와 비교하면 전용 30~40㎡ 구간에서는 청년주택 보증금과 월세 모두 서울 평균 오피스텔 임대료를 웃돈다. 올해 서울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료는 △전용 20㎡이하 보증금 2723만원, 월세 44만3600원 △전용 20~30㎡이하 보증금 2947만원, 월세 51만6500원 △전용 30~40㎡이하 보증금 3707만원, 월세 61만6500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용 30~40㎡ 구간의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 단독·다가구 평균 임대료(보증금 2914만원·월세 37만원)에 비해 보증금은 최대 3배 이상, 월세는 20만원 이상 높았다.
| 역세권 청년주택과 서울 오피스텔, 단독다가구 간 환산전세금 가격 비교.(직방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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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거 빈곤층을 위한 주택이 아니라 오피스텔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청년계층이 수평 이동할 수 있는 하나의 주거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속한 지역 시세를 감정원에 의뢰해 80~90% 수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한 만큼 비싼 월세가 아니다”며 “민간 부동산정보업체의 시세 평가는 비교 대상 지역이 다른 통계의 오류로 보여진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