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龍꼬리가 감싼 대통령의 고향, 그 氣 받으러 왔소

다도해 숨은 보석, 경남 거제
십승지의 마지막 장소 거제 '계룡산'
지난 3월 모노레일로 오르기 쉬워져
계룡산 아래 자리한 거제포로수용소
고려 의종의 유배지 '둔덕기성'
  • 등록 2018-10-19 오전 12:00:01

    수정 2018-10-19 오전 12:00:01

거제 계룡산 정상에서 바라본 들녘.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모노레일을 타면 쉽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계룡산 정상에서 한 관광객이 아름다운 거제의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에 담고 있다.


[거제=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조선 최고의 예언자 ‘남사고’(南師古·1509~1571). 그는 역학·풍수·천문·복서(卜筮)·관상 등에 능통했다. 예언은 정확했다. 1575년(선조 8년) 동인과 서인이 갈라지는 을해분당(乙亥分黨)을, 뒤이어 임진왜란(1592)까지 정확히 맞췄다. 풍수에도 관심이 깊었다. 조선 8도의 명산을 둘러본 그는 또 하나의 예언을 한다. 바로 십승지(十勝地)다. 이른바 난리를 피할 수 있는 ‘이상향’이다. 십승지 중 9곳은 영월 정동, 풍기 금계촌, 합천 가야산 만수동, 부안 호암, 보은 속리산 증항, 남원 운봉, 안동 화곡, 단양 영춘, 무주 무풍 등이다. 나머지 한 곳은 계룡산이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아직 정확하지 않다. 다만, 힌트는 있다. 정감록에 쓰인 ‘계룡산하 구백만(鷄龍山下 求百萬·계룡산 아래에서 백만명을 구한다)’이란 글귀다. 그곳을 찾아 경남 거제로 향한다.

거제 계룡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모노레일을 타면 쉽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백만명의 목숨을 구한 ‘계룡산’

거제 계룡산 정상에서 바라본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과 능선
계룡산(鷄龍山). 보통 충남 공주의 계룡산을 떠올린다. 하지만 거제에도 계룡산(566m)이 있다. 거제의 중심인 고현동에 우뚝 솟은 산이다. 정상의 암봉이 닭벼슬처럼 생겼다고 해서 ‘계(鷄)’자를, 발치의 구천계곡이 용 꼬리와 같다 해서 ‘용(龍)자’를 붙였다. 상서로운 이름만큼이나 산에는 전설이 많다. 정상 못미쳐 나타나는 억새밭은 태곳적 ‘캐악’이란 이름의 신선이 심고 길렀다는 무밭이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정상으로 오르는 바위틈 어딘가에는 신선이 놀던 장기판 바위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절터가 남아 있다. 신라 의상대사가 암자를 짓고 수도한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1950년대 중반쯤 이곳에서 금동불상이 발견됐다.

계룡산에 얽힌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곳이 정감록에 나오는 이른바 난리를 피할 수 있는 ‘십승지’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가 계룡산 아래에 있었는데, 산 아래서 주민 10만명과 피란민 20만명, 포로 17만명이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정감록의 ‘계룡산하 구백만’이란 글귀와도 딱 맞아떨어진다. 풍수지리적으로도 명당 중의 명당이다. 거제도의 주산인 계룡산 아랫마을, 거제면 명진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태어난 곳이다. 또 김영삼 대통령도 이곳에서 멀지 않은 거제에서 출신이다. 다른 십승지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명당이다. 경관도 어느 십승지 못지 않게 뛰어나다. 특히 계룡산 정상에서의 조망이 압권이다. 섬 뒤로 다른 섬이, 그 뒤로 또 다른 섬이 겹쳐지면서 마치 지리산이나, 태백산 정상에서 첩첩의 능선을 굽어보는 듯하다.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이도 부쩍 늘었다. 여기에는 지난 3월 개장한 모노레일도 한몫했다. 국내 최장 모노레일로, 길이만 무려 3.54km에 달한다. 6인승 차량 15대가 거제 포로수용소유적공원 하늘공원에서 계룡산 상부 옛 미군 통신대까지 오간다. 통신대 건물 앞 음달바위 정상에 서면 가까이로는 산달도와 문재인 대통령이 태어난 거제면의 들과 만이 내려다보인다. 그 뒤로 점점이 흩어져 있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 또한 그림같다.

거제 포로수용소유적공원. 한국전쟁 당시 전쟁 포로들을 수용한 곳으로, 당시 포로들의 생생했던 생활 모습과 막사, 의복 등의 자료와 기록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전쟁 아픔 간직한 거제포로수용소유적지

거제 포로수용소유적공원. 한국전쟁 당시 전쟁 포로들을 수용한 곳으로, 당시 포로들의 생생했던 생활 모습과 막사, 의복 등의 자료와 기록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계룡산 아래는 포로수용소유적공원과 이어진다. 거제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전쟁 포로들을 수용한 땅이었다. 수많은 지역 중에서도 거제도에 포로수용소가 들어선 이유는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 때문이었다. 원래는 6만명 정도를 수용할 예정이었지만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북한의 인민군이 무려 15만명, 중공군 2만명, 여자포로 3000명 등 총 17만 3000명으로 늘어났다. 상상만 해도 당시의 혼란이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가 짐작이 갈 정도다.

수용소 안은 또 다른 전쟁터였다. 포로송환 문제를 놓고 갈등이 극에 달했다. 북한으로 가기를 거부하는 반공포로와 송환을 원하는 친공포로로 갈려 대립했다. 갈등은 결국 유혈사태로 번졌다. 이 사태로 수적인 열세였던 반공포로들의 피해가 더 컸다. 당시의 참상은 잔혹했다. 당시 죽은 포로들은 ‘허니 바께스(양동이)’라고 부르던 ‘똥통’에 담겨 바다에 버려졌는데, 그 수가 얼마나 많았는지 수용소 앞바다에 물고기 떼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유엔군 사령부는 반공포로와 친공포로를 분리했다. 이어 북한으로 송환을 원하는 포로들은 거제도와 용호도, 추봉도로 보내졌다. 송환을 거부한 포로들은 제주도와 광주, 논산, 마산, 영천 등지로 보내져서 소규모로 분산시켰다. 이후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조인한 다음 33일 동안 거제도에 있던 친공포로들은 모두 북한으로 송환했다. 지금의 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는 옛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그 당시 포로들의 생생했던 생활 모습과 막사, 의복 등의 자료와 기록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거제 계룡산 모노레일
둔덕면 거림리 뒷산 우두봉 중허리에 자리한 둔덕기성. 한 여행객이 둔덕기성 성벽에 올라 거제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고요한 패자의 성 ‘둔덕기성’에 오르다

거제의 또 다른 이름은 ‘귀양살이 섬’이었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대표적인 유배지여서다. 유배 온 대표적인 인물이 고려 의종이다. 그는 이곳 거제에서 3년간의 초라한 삶을 살았다. 의종은 1146년 인종이 죽자 즉위했다. 그는 인종 때 일어난 이자겸의 전횡과 반란, 묘청의 난 등으로 실추된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며, 왕권을 강화했다. 이를 위해 무신을 총애하고 친위군을 늘렸다. 그러나 말년에는 달랐다. 그는 문신, 환관들과 어울리며 유흥과 오락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 과정에서 무신들을 소외시켜 천대받게 만들면서 무신정변의 계기를 낳았고, 결국 왕권은 몰락했다. 결국 의종은 왕의 자리에서 쫓겨났다. 의왕은 거제도로, 그의 맏아들인 태자는 진도로 유배됐다.

비참하게 쫓겨난 왕이었지만, 그래도 거제 백성들은 폐왕을 맞기 위해 둔덕면 거림리의 우봉산 중턱에 성을 쌓았다. 둘레 550m, 면적 5000평 남짓한 ‘둔덕기성’이다. 이 성을 ‘폐왕성’이라 부른 이유다. 하지만 이 이름으로 불린 것은 최근의 일이다. 폐왕성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34년 발간한 ‘통영군지’다. 그 이전의 기록, 어디에서도 ‘폐왕성’이란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신증동국여지승람(1503년)에는 ‘둔덕기성’으로 기록했다. 이후 ‘둔덕기성’이라 이름 고쳐 부르고 있다. 최근 둔덕기성은 돌담을 새로 쌓으며 성벽의 모습을 일부 갖췄지만, 무너져 내린채 쌓인 돌무덤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성벽이었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성벽에 서서 내려다보는 둔덕골 풍경은 평화롭고 장쾌하다.

둔덕면 거림리 뒷산 우두봉 중허리에 자리한 둔덕기성. 한 여행객이 둔덕기성 성벽에 올라 거제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여행팁= 최근 한화리조트가 거제에 새 리조트를 개관했다. 지난 15일 문을 연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어다. 이탈리어로 ‘아름다운 전망’이라는 뜻이다. 규모부터 시설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 12만2300㎡(3만7000여 평) 부지에 전체면적 9만1900㎡(2만7800평) 규모의 리조트를 짓는 데 자그마치 2700억 원 이상의 총사업비를 투입했다. 객실은 470실 규모. 크기에 따라 패밀리, 스위트, 로얄 등으로 구분한 일반 객실이 372실이고,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한 프리미엄 객실이 98실이다. 특히 돋보이는 건 자녀동반 가족 고객을 겨냥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다. 뽀로로를 캐릭터로 내세운 키즈 클럽을 비롯해 아이들이 자유로운 놀이처럼 미술수업을 할 수 있는 드로잉카페, 어른도 탄성을 지를 정도인 블록 장난감 놀이 공간, 온몸으로 뛰노는 대규모 실내 트램펄린 시설 등을 들여놓았다.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어 인피니티 풀(사진=한화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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