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놓고..국토부-서울시 막판 '택지 협상' 진통

국토부, 그린벨트 해제 요청하지만
서울시 "철도기지 등 대체지 검토"
업계 "국토부, 정책상 꼭 필요하면
서울시가 반대해도 강행할 수도"
  • 등록 2018-09-18 오전 4:30:00

    수정 2018-09-18 오전 6:54:17

그래픽=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오는 21일 신규 택지지구 공급 대책 발표를 앞두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최종 후보지 협상이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국토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여전히 원칙적으로 그린벨트 해제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도심 내 대체 유휴지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옛 구치소 부지, 철도차량기지 등이 그린벨트 대체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지만 택지 조성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주변 주민 반대 등도 만만치 않아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통합 개발 발언으로 이미 한 차례 홍역을 겪은 국토부와 서울시가 서울 집값 안정화를 위한 공급 대책을 놓고 ‘부동산 논쟁 2라운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토부-서울시 막판까지 협상 진통

앞서 지난 13일 국토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대책’에서 신규 공공 택지지구 공급 방안이 쏙 빠진 것은 서울시의 그린벨트 해제 반대 입장이 완강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부 정책에는 동감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최후의 보루’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10여곳의 후보지를 놓고 국토부와 밤낮없이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의견을 조율 중에 있다. 발표 직전 날인 20일 밤까지 최종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지역 내 그린벨트 전체 면적은 149.13㎢(올 3월 말 기준)로 서울시 면적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23.88㎢)가 가장 넓다. 이어 강서(18.91㎢)·노원(15.90㎢)·은평(15.21㎢)·강북구(11.67㎢) 등에 주로 분포해 있다.

정부는 주택 공급을 늘리고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그린벨트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린벨트 중 이미 훼손됐거나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를 해제해서 신규 택지로 쓴다는 계획이다. 현재 그린벨트 평가 등급은 1~5등급으로 1등급이 환경적 가치가 높고 5등급이 가장 낮다.

업계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과 서초구 성뒤마을, 양재동 우면산 일대, 송파구 방이동, 은평구 불광동 일대 등을 꼽고 있다. 이들 지역은 모두 30만㎡ 규모 미만의 지역이라 그린벨트 해제는 시장에 권한이 위임돼 있다. 다만 국토부가 서울시의 반대에도 그린벨트 해제를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박근혜 정부 때 30만㎡ 이하 공공택지 지정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이양됐지만, 이는 말 그대로 협조를 구한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상 필요할 경우에는 국토부 장관도 권한이 있어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면서 “다만 지난 7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자체장을 만난 자리에서 사전 협의를 약속한 상황이라 어떻게 나올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휴지 개발도 난관… “재건축 완화 등 근본 대안 필요”

서울시나 환경단체 등이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단기적인 주택시장 안정화 효과보다는 환경 훼손, 로또 분양 논란, 투기 조장 등 역효과가 더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 11월 그린벨트를 풀었던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땅값은 10개월 여 만에 2~3배나 급등했다.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환경정의와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그린벨트 해제 추진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반대 의견서를 박 시장에게 전달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지난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도시 주택공급 정책은 결국 투기꾼과 건설업자의 배만 불리고, 서민 주거 안정과 집값 잡기에는 실패했다”며 “투기 조장 정책을 반복하기보다는 도시재생에 나서야 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서울시가 그린벨트를 대체할 부지로 검토 중인 곳으로는 △송파구 가락동 성동구치소 부지 △구로구 철도차량기지 △용산구 철도정비창 개발 부지 및 효청공원역앞 공원 부지 △노원구 창동 차량기지 △금천구 금천구청역 인근 등이 꼽힌다. 다만 이들 지역도 개발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데다 주변 지역 주민 반대와 토지 보상비 등 재원 마련, 수천가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공급 대책의 핵심은 경기도 인접보다는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 도심 시가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건축 완화 등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그린벨트를 풀어도 주변 난개발만 유도할 수 있고 집값 안정화라는 목적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도심 재건축 규제를 풀어 시장에 가시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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