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 발표 후 첫 주말인 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시세표 등이 게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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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문재 김기덕 기자] “강남에서 매주 25명 규모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주에는 40명이나 와서 뒤에 서서 들었어요. 상반기에는 언제 뭐부터 팔아야 하는지를 묻는 매도 상담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어디를 사야 하냐는 매수 상담이 더 많아졌다는 게 확실히 달라진 점이죠.”(부동산 투자 컨설턴트 A씨)
지난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셋째주(7월16일 기준)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0.01% 올랐다. 상승폭은 미미했지만 15주만에 반등했다는 것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강력한 규제로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재건축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값은 13주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지난주 0.01% 상승했다. 재건축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남4구 중에서는 강동구가 가장 먼저 지난 5월말부터 상승 전환에 성공했고 지난달 서초구에 이어 이달 강남구까지 오름세를 나타냈다.
| 서울 및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단위: %, 자료: 한국감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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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강남 집값이 숨고르기를 마치고 다시 상승장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안이 발표되면서 불확실성이 제거된데다 한은의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대기 수요자들이 급매물부터 하나둘씩 소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규제 카드는 거의 나왔고, 이제부터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뒀던 각종 개발호재 발표가 대기 중이어서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이달 들어 용산구 신계동 용산e편한세상, 서초구 서초동 현대아파트, 양천구 목동 대원칸타빌1단지, 관악구 봉천동 두산아파트 등에서 신고가 거래가 잇따랐다.
상황이 이렇자 집값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국토교통부가 조급해졌다. 국토부 내부에서도 이같은 시장 흐름이 추세 전환인지 일시적 현상인지를 놓고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매매와 전월세 가격 등 주택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며 “집값 과열 현상이 재연될 경우 즉각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와 용산 개발 계획을 언급하면서 해당 부동산시장이 들썩이자 서울시도 곤란해진 건 마찬가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국토부 관계자가 전화를 해와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상승추세로 전환한 건 아닌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상황 판단은 엇갈렸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재건축 이주수요 증가와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가격 상승의 주요인인데 이같은 양상은 하반기 내내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같은 지역이라고 다 오르는 것은 아니고 상품유형에 따라 차별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시적인 깜짝 반등일뿐 추세 전환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일부 아파트값이 사상 최고가를 돌파한다고 해도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세 상승으로 보기 어렵다”며 “정부 규제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이 상승 전환할 만한 시점은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재건축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단위: %, 자료: 부동산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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