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늘어도 전셋값 강세..'전세→매매 전환 정책' 무용론 솔솔

  • 등록 2015-08-13 오전 5:20:31

    수정 2015-08-13 오후 4:36:57

△주택 매매 거래가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는 데도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정부의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 정책’ 효과에 의문이 던지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서울 성동구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수도권 주택 매매 전년比 50%늘어도 전셋값 2배 올라

매매 증가보다 월세 전환 속도 빨라 전세난 심화

전문가들 “임차시장 월세화 충격 완화책이 더 필요”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 서울 성동구 행당동 전용면적 59.96㎡짜리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회사원 장모(36)씨는 오는 10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그가 사는 아파트의 전셋값은 2011년 처음 입주 때 2억 5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장씨는 2년 전 이 아파트 전세를 재계약하면서 4000만원을 더 올려줬다. 당시 그는 앞으로 매매 거래가 활발해지면 전세 수요가 줄어 가격이 안정될 것이란 정부 발표를 믿고 내 집 마련이 아닌 전세 재계약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단지 내 같은 면적의 아파트 전셋값은 1억원 가까이 올라 3억 8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몇 달 전 바뀐 집주인은 직접 입주를 원해 더 이상 계약 연장도 불가능해졌다. 결국 장씨에게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월세를 내야 하는 두 가지 선택만 남게 됐다.

‘전세의 월세 전환 증가→전세 부족→전셋값 상승’ 악순환

올해 들어 부동산시장이 호조를 보이며 주택 매매가 크게 늘어났지만 전셋값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두 배 가량 올랐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핵심 전세난 대책으로 추진해온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 정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총 72만 1471건으로 전년 동기(55만 544건) 대비 31% 늘었다. 특히 서울·수도권(36만 7052건)은 47.6%나 급증했다. 수치상으론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 효과가 극대화될 시점이지만 올해 전셋값 상승률은 저금리 기조 속에 지난해보다 곱절로 뛰었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전국 주택 전셋값 상승률은 3.32%로 지난해 같은 기간(2.29%) 보다 1.5배 가량 높았다. 이 중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67% 올라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율)도 역대 최고치인 72.2%를 기록했다.

정부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결과가 나온 이유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월세보다는 전세를 원하는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기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물량 부족과 함께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자문부 팀장은 “애초부터 전세 수요를 매매 전환만으로 줄이긴 역부족이었고 월세화 속도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전세난이 더 심해졌다”며 “서울 강남권 등에서 재건축으로 사라지는 전세 주택도 많아 전셋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월세 전환 충격 완화에 전세 대책 초첨 맞춰야”

문제는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를 정부가 충분히 예측해 대처할 수 있었다는데 있다. 금리 인하에 따른 급격한 월세 전환과 전셋값 급등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당시 이명박 정부는 5%였던 기준금리를 불과 넉 달 만에 2%까지 내렸다. 2%대 저금리 기조는 2009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2년여간 이어졌다. 그 결과 2008년 말 임차 가구 중 45%였던 월세 비중은 2010년 말 49.7%로 2년 만에 4.7%포인트 늘었고 전셋값 상승률은 2008년 1.68%에서 2011년 12.3%로 7배 넘게 치솟았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2012년 하반기 3%였던 기준금리를 1.5%까지 내려 월세 비중이 2012~2014년 4.5%포인트(50.5%→55%) 늘고 전셋값이 급등한 것과 판박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이 전세난 해소를 위한 최선의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올해 전셋값 상승률은 2011년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며, 매매 전환 유도가 전세난 해소에 도움이 됐다”며 “매매 활성화를 통해 전세 수요를 줄이는 정책은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정부의 전세난 대책이 월세 전환 충격 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기조가 주택 매매는 물론 전세자금 대출까지 함께 늘려 전셋값 상승 등 시장을 왜곡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전세 물량을 갑자기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월세 전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세제 혜택과 전세 대체용 임대주택 공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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