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한달]스웨덴式 문화 앞세워 진출…"通했나?"

내가 만난 이케아.."80~90점 된다"
배고프면 쇼핑 안해.. 이케아 푸드 '인기'
봉제인형 등 어린이 용품 가장 많이 팔려
  • 등록 2015-01-23 오전 3:00:00

    수정 2015-01-23 오전 8:33:48

자료:이케아코리아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서울 서교동 원룸에 사는 30대 독거남 정훈민씨(35). 지난해 11월부터 싱글라이프를 시작한 그는 호기심에 이케아를 찾았다.

그는 “일단 매장에 들어가면 좋든, 싫든 다 둘러보게 돼 있는 구조나 하나하나 제품번호를 적어 1층으로 내려와 찾는 건 상당히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정씨는 팔걸이 의자인 포엥암체어, 책상 등 구입한 제품을 조립하면서 이케아에 대한 반감이 사그라들었다. 그는 “포엥암체어를 조립하는데 40분정도 걸렸다”며 “직접 만들어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앉기만 해도 잠이 올 정도로 편해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가격을 포함한 이케아 상품에 대해 90점을, 구매시스템에 대해선 70점을 줬다.

북유럽 스타일 ‘스칸디나비아’풍의 심플한 이케아 가구와 스웨덴식 음식들이 한국시장에서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편리한 서비스에 길들여진 한국인들이지만, 일단 호기심에 이케아 매장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 소비자들은 필요한 제품을 미리 적어두고 사기도 한다. 일부 제품은 ‘품절’로 살 수가 없다.

스웨덴식과 한국식이 절반씩 제공되는 이케아 푸드는 저렴한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 절대적으로 맛있지는 않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괜찮다는 반응이다.

“배고픈 사람은 쇼핑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창업주의 철학에 따라 매장마다 스웨덴식 레스토랑이 자리한다. 레스토랑은 매장보다 30분 일찍 문을 연다.

가구나 생활소품에 대한 반응도 비슷하다. 이케아 가구를 10년, 20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학생 가구로 불릴 정도로 2~3년 쓰고 버리는 식이다.

이케아 구매고객 황기연씨(가명·43)는 “가격대비 만족도는 90점 정도지만, 톱밥에 접착제를 섞은 MDF재질이 좋지 않아 조립할 때 주의해야 한다”며 “책장 바닥 선반이 거꾸로 조립됐지만 다시 풀고 조립하면 못 쓸 것 같아 그대로 두고 사용중”이라고 말했다.

자료:이케아코리아 제공
이케아(IKEA)는 1943년 스웨덴 시골마을에서 17세의 잉바르 캄브라드에 의해 설립됐다.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에서 I와 K를 따왔고, 그가 자란 농장이름 엘름타리드(Elmtaryd)와 마을이름 아군나리드(Agunnaryd)에서 E, A를 따왔다.

당시 공용주택이 대규모로 보급되기 시작했고, 기존에 대를 이어쓰던 무겁고 비싼 가구에서 누구나 손쉽게 가구를 바꾸도록 저렴한 가구를 만든 것이다.

스웨덴의 우중충한 기후도 이케아의 밝고 따뜻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스웨덴은 겨울에 오후 3시만되면 캄캄한 밤이 찾아온다. 가족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바깥의 우울한 날씨와 달리 집안을 밝게 꾸미고자 하는 것이다.

잉바르 캄프라드는 사람들이 이케아 매장에 소풍을 오듯이 즐길 수 있도록 꾸미고 싶어했다. 이케아를 스웨덴의 ‘디즈니랜드’로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이케아 광명점이 특히 어린이 매장에 신경을 쓴 것도, 봉제인형 등 어린이 용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1953년 처음 소개된 쇼룸은 호평을 받고 있지만,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와 한번 입장하면 몇 시간을 머물러야 하는 쇼핑 시스템은 한국소비자들이 불만스러워하는 부분이다. 매장에 버젓이 소개해놓고 한 달이 지나도록 개시조차 않은 조립과 설치서비스는 이제 막 제공되기 시작했다.

박흥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렴한 가격, 끌리는 디자인, 건강한 자재 등이 이케아로 사람을 몰리게 하는 것”이라며 “스웨덴식 문화 끼워팔기라고 하지만, 고객들은 그저 끌려서 이케아로 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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