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큰 부동산PF 더 늘렸다…간 큰 증권사들

한국투자증권·메리츠증권, 하반기 들어 2조원 넘겨
수수료 높은 대신 리스크 큰 매입확약 비중 대부분
부동산PF 사업장 70%가 지방…업황 침체 리스크
  • 등록 2023-07-25 오전 5:30:00

    수정 2023-07-25 오후 3:25:57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우려되는데 일부 증권사들은 PF 규모를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업황 악화가 길어질수록 증권사들의 PF 리스크도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형사보다는 중소형사에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부동산PF 늘어난 한투·메리츠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26곳의 연초 대비 부동산PF 신용공여 총 규모는 21조4651억원에서 20조7616억원으로 3.27% 줄었다. 연초 대비 부동산PF 신용공여 증가율은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높았다. 21일 기준으로 연초보다 5458억원 늘어난 2조4892억원을 기록, 증가율이 28%였다.

구성을 보면 매입확약이 2조4445억원으로 전체의 98%를 차지했다. 비교적 안전하게 여겨지는 매입보장은 447억원에 불과했다. 매입확약은 수수료율이 매입보장보다 최대 4배 높은 만큼 위험성도 크다. 매입확약은 시행사가 PF 대출을 못 갚거나 차환할 금액이 모자라면 증권사가 대신 대출금을 갚거나 차환 부족분을 매입하는 구조다.

잔액 증가율 2위는 메리츠증권이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 신용공여 100% 모두 매입확약이었다. 올해 1월 1조9346억원이던 규모는 지난 21일 기준 2조2583억원으로 증가했다.

부동산PF 신용공여 규모가 2조원 넘는 증권사들도 늘었다. 연초에는 삼성증권(2조5874억원)과 KB증권(2조131억원)만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7월 들어선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도 2조원대로 올라섰다. 이는 상반기에 건설사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태영건설 등 건설사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신용공여 규모가 늘었다”며 “채권시장 유동성 위기로 촉발된 자금부족 우려를 해소하고 부동산PF 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도 “상반기 롯데건설과 유엔사부지 등 대규모 딜 영향”이라며 “자본 내에서 커버할 수 있는 리스크 한도를 관리해 우량 딜 위주로 취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업황 침체가 길어질수록 위험 요인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동산PF 사업장 중 30% 정도만 수도권 주거시설이고, 70%는 지방 주거시설 및 오피스텔이 대부분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방 소재 부동산PF 사업장이 여전히 바닥을 확신하기 어려운데다 분양을 통해 최종적으로 엑시트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대부분의 부동산PF는 불확실 위험이 잠재돼 있다”고 짚었다.

중소형 증권사 리스크 커

대형사보다는 중소형 증권사가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신용공여 비중이 높을수록 위험 익스포져(투자 결과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의 비중이나 금액)가 높기 때문이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연초 대비 29% 가까이 부동산PF 신용공여 규모를 줄였지만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신용공여 비중이 55%를 넘었다. 메리츠증권 역시 40%를 넘어섰다.

실제 작년 레고랜드 사태 때도 부동산PF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포는 중소형사에 더 가혹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8월만 해도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와 중소형사가 신용을 보강한 PF 유동화증권의 월별 평균 발행금리 차이는 0.2%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작년 말에는 1.5%포인트로 확대됐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이 레고랜드 사건 이후 중소형사 그룹의 PF 유동화증권에 대해 투자의 위험성을 더 크게 인식하고 높은 금리를 요구한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중소형 증권사에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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