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애플페이 출시를 공식화 데 이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독점권을 따내면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랜 기간 카드업계 2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카드의 점유율을 바짝 쫓아가면서, 순위를 깨는 지각변동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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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는 지난 2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이하 아멕스)와 단독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오는 5월부터 한국 내에서 아멕스의 프리미엄 신용카드 라인인 ‘센츄리온 디자인 카드’ 3종을 발급하는 유일한 카드사가 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아멕스 카드 단독발급 소식을 전했다. 그는 이번 파트너십에 대해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두 회사는 원래 잘 맞는 컴비였으나 이십년을 서로 겉돌다가 이제서야 자기 자리를 찾았다”며 “그래서 아멕스, 특히 본사와는 이미 매우 가깝고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고 설명했다.
아멕스의 센츄리온 디자인 카드는 신용카드 플레이트 중앙부에 로마군 지휘관인 ‘센츄리온’의 옆모습이 디자인된 아멕스의 대표 신용카드 라인업이다. 지난 2008년부터 지난 2021년까지는 삼성카드가 센츄리온 디자인 카드의 국내 발급 권한을 가졌지만 2021년 11월부터 현대카드도 이를 발급하게 됐다. 양사가 단순 발급뿐 아니라 상품 전략, 디지털 전략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게 되면 프리미엄 시장 내에서 현대카드의 입지가 한층 더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멕스 이전엔 이른바 ‘코스트코 쇼크’가 있었다. 삼성카드는 2000년부터 미국의 창고형 할인업체 코스트코의 한국 매장에서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휴권을 가지고 있다가 2019년 5월 현대카드에 이 독점권을 내어준 바 있다. 말 그대로 독점권인 만큼, 당시 코스트코 삼성카드를 사용하던 고객들이 현대카드로 넘어가면서 회원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현대카드와 삼성카드 간 제휴처를 뺏고 뺏기는 미묘한 상황이 재현되자 시장 점유율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카드가 아멕스를 비롯한 PLCC(상업자 표시 카드)와 브랜딩에 힘쓰면서 삼성카드를 바짝 추격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여기에 ‘애플페이’를 장착한 현대카드가 현 경쟁 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플페이가 도입되면 현대카드는 아이폰 사용율이 높은 MZ세대에서 ‘충성고객 확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모든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출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긴 하나 제휴를 위한 기간, 비용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애플과 제휴를 한 곳은 현대카드뿐이라 ‘사실상 독점’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시장 점유율 4위던 현대카드는 4분기에 KB국민카드 제치고 3위에 올랐다. 2022년 4분기 기준 카드사 시장 점유율은 신한카드(19.6%)에 이어 삼성카드(17.8%), 현대카드(16.0%), KB국민카드(15.4%) 순이었다. 장기간 2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카드의 점유율과 3위인 현대카드 점유율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데다, 이 기간 카드업계 ‘톱4’ 중 점유율이 상승한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출시를 위해 당국심사, 단말기 보급 등 까다로운 허들을 넘은 것은 미래고객 확보를 통한 점유율 확대가 주효했다고 본다”며 “현대카드 입장에선 문화브랜딩·PLCC 등 차별화 전략과 애플페이 시너지를 이용하면 점유율 순위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