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랜은 원래 아주 낮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망을 구축하는 방식이죠. 사실, 지금은 기지국을 노키아로 한 번 구축하면 나중에 에릭슨으로 바꾸려 해도 바꾸기 어려웠는데, 오픈하자 기지국은 노키아로, 안테나는 삼성 제품으로 쓸 수 있게 됩니다. 즉, 소프트웨어(SW)로 이동통신 기지국을 구현해 네트워크 장비의 하드웨어(HW) 종속성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존의 통신장비 공급사의 독점 보안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새로운 보안 플랫폼 도입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산 5G 통신장비가 세계 시장을 잠식하면 국가 안보에까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해온 미국 정부로선 ‘오픈랜’이 희망인 셈입니다. 그래서 FCC는 통신 네트워크 법안에 따라 통신 장비를 오픈랜 방식으로 교체하는데 최소 10억 달러와 최대 20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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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이 2023년까지 오픈랜을 구축하겠다고 공식화해 관심입니다. 버라이즌은 2022년 8월 초 열린 코웬 통신인프라 서밋에서 계획을 밝혔습니다. 아담 쾨페 버라이즌 부사장은 “버라이즌은 가장 많은 가상화기지국(vRAN)을 보유한 이동통신사”라며 연말 또는 내년까지 오픈랜 구축을 본격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오픈랜’이 연구실을 넘어 본격 상용화로 나가는 계기가 생긴 겁니다.
6G부터 본격 논의 예상…한국적 특성도 고려돼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미국의 견제에도 2021년 세계 통신 장비 시장 1위는 화웨이(28.7%)입니다. 2위로는 에릭슨 (15%), 3위는 노키아 (14.9%), 4위 ZTE (10.5%), 5위 삼성전자 (3.1%) 순이죠.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통신장비부터 단말기, 반도체까지 수직계열화에서 성공한 글로벌 기업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존의 이동통신 시장에서 우리가 확보한 강점도 있다는 얘기죠. 학계에서는 “기존의 이동통신 시장에서 우리가 확보한 장점을 살리되, SW 기업 등과의 조기 협력을 통해 오픈랜 소프트웨어 기술과 통신-컴퓨팅 융합 핵심 기술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통신업계에서는 오픈랜 확산이 국내에선 미국보다 좀 더딜 수 있다는 데 대해 보다 실질적인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오픈랜을 썼을 때 불통 사태가 벌어지면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려운데다, 우리나라는 이미 5G망 구축이 막바지라서 6G 도입 시 오픈랜 기술을 접목하는게 현실적이라는 얘깁니다. 통신사 관계자는 “일본의 라쿠텐 등 후발 통신사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5G망 구축이 이미 시작돼 오픈랜을 도입할 이유가 딱히 없다”면서 “하지만 오픈랜은 아주 중요한 기술임은 분며하다. 그래서 6G를 하게 될 때 활용하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