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는 끝났다"…해운株 매도 시그널

HMM, 한 달 보름새 27% 하락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에 올해 상승분 반납
신조 선박 속속 인도…공급과잉에 운임경쟁 본격화 우려
  • 등록 2022-07-14 오전 5:43:53

    수정 2022-07-14 오전 5:43:53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물류대란에 이어 올해 대(對)러시아 제재로 주가가 강세를 보였던 해운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고 있다. 주요 컨테이너 항만 중 혼잡이 극심했던 북미 서안 노선의 선박 적체가 해소되고 있는 데다 내년부터 새로 건조된 컨테이너선들이 인도되면서 운임 하락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증권업계에선 해운업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는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했다. ‘매도’ 의견이 사실상 없는 국내 증권업계 특성상 중립은 매도와 같은 뜻으로 해석된다.

[이데일리 조지수]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국적선사 HMM(011200)의 주가는 지난 달 초부터 이날까지 27.27% 급락했다. 연초부터 5월 말까지 20.63% 올랐지만 6월부터 국내 증시가 약세장에 접어들면서 그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이 계속되면서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일 4203포인트로 전주보다 0.3% 하락했다. SCFI는 지난달 중순부터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상황에서 물동량도 덩달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선박 적체 해소도 운임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미 서안에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의 선복(화물적재 공간)량은 최고 103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에서 현재 57만TEU까지 급감했다. 항만 적체가 해소로 선박 운항일수도 감소했다. 지난 1월 평균 46.64일이었던 아시아~북미 서안의 운항 소요 일수는 6월 중순 기준 평균 29.73일로 10일 이상 감소했다.

컨테이너선 운임은 단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선사들이 지난해 발주한 컨테이너선이 내년부터 인도되면서 선복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선복량 기준 2023년 243만TEU, 2024년 272만TEU 인도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과거 연간 인도량 기준 가장 많았던 2015년 166만TEU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선복 공급이 늘면 해운사간 가격경쟁이 심화돼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HMM의 경우 전체 매출(지난해 연간 보고서 기준)에서 컨테이너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4%에 달해 해운운임 하락으로 인한 충격파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신영증권은 공급과잉 가능성을 우려하며 해운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했다. 컨테이너선사인 HMM 뿐만 아니라 벌크선사인 대한해운 역시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대한해운(005880)과 종속회사인 SM상선 등이 최근 HMM 지분 확보에 나선 데다가 모기업인 SM그룹이 선박 현대화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팬오션(028670)이 속한 드라이벌크(곡물·면화·석탄) 해상운송업에 대한 업종 투자의견은 비중 확대를 유지했다. 조선사들의 벌크선 수주 잔고가 기존 선복량 대비 7% 수준이고, 2025년까지 선박 인도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컨테이너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임 하락 우려가 덜하다는 판단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선 중기운임은 공급이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며 “수급 균형점에서 공급이 우위에 서기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운임은 반등 없이 정상마진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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