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내리거나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 한 한전를 포함한 국내 전력 생태계의 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5월 SMP 140원/㎾h 전후로 4월보다 30%↓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기준인 계통한계가격(SMP)은 5월 들어 1㎾h당 140원 전후로 4월 평균(201.58원/㎾h)과 비교해 30%가량 낮아졌다. 국제유가 폭등 이전인 지난해 12월 평균(142.81원/㎾h) 수준까지 내린 것이다.
지난 4월30일까지만 해도 200.34원/㎾h이던 SMP는 5월1일 133.68원/㎾h으로 내린 이후 13일(141.48원/㎾h)까지 줄곧 140원 전후를 유지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현 추세라면 5월 평균도 140원/㎾h 전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MP 하락은 역대급 적자 상황의 한전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SMP에 기반한 도매가격에 전력을 사들여 이를 정부 정책에 의해 사실상 고정된 소매가격에 판매한다. 즉 SMP가 내리면 물건(전기)을 더 낮은 가격에 사서 팔 수 있다는 것이다.
SMP 폭등은 한전의 역대급 영업적자로 이어졌다. 지난 13일 발표한 한전의 올 1분기(1~3월) 영업적자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7조6484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영업적자(5조9000억원)를 1개분기 만에 훌쩍 넘어버린 것이다.
한전은 이 기간 전력 1㎾h를 190~200원을 기준으로 사들여 110원대(올 2월 기준 115.20원)에 판매했다. 1㎾h당 80~90원씩 밑져가며 판매한 것이다. 5월 들어 SMP가 140원/㎾h 수준으로 내린데다 한전의 전력 소매판매 가격도 4월부터 6.9원/㎾h 올린 만큼 한전의 손해는 1㎾h당 20원 이내로 줄어들 수 있다. 흑자 전환은 어렵더라도 적자 폭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시적 계절 요인…여름 되면 다시 오를 것”
그러나 5월 SMP 하락은 일시적 계절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한전의 실적 개선 효과도 얼마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를 국내 도입할 때 통상 수요를 예측해 그 물량만큼만 장기계약해 도입 단가를 낮추고, 물량이 부족할 때만 가격대가 높은 실시간 현물시장에서 천연가스를 사들여 추가 보급한다. 5월 들어 장기 계약 물량만으로 수요를 충당할 수 있게 되면서 공급 단가를 낮춘 것이다. 5월은 1년 중 에너지 수요가 가장 낮다.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나 겨울철 도시가스 난방 수요가 늘어나면 SMP는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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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여름철 폭서나 겨울 한파가 들이닥치면 다시 현물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천연가스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우크라 사태가 끝나고 산유국 간 증산 협의가 원활히 이뤄져 국제유가가 내리거나, 전기요금을 연료비 상승에 맞춰 올리지 않는 한 국내 전력 수급 구조는 계속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발 고유가 여파에 최근 1년 새 전기요금을 30% 이상 올리는 와중에도 수많은 전력회사가 파산하고 있다. 한전 역시 역대급 적자 속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으나 누적 차입금 규모가 곧 한계에 이르리란 분석이 나온다. 현 추세라면 2008년처럼 국민 세금으로 한전 적자를 메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부는 2008년 고유가 상황 속 한전 실적이 악화하자 한전이 부담한 연료비 증가액의 약 절반 수준인 8350억원을 전기요금 안정 지원을 명목으로 투입한 바 있다.
유 교수는 “현 상황에서 지금처럼 물가당국이 전기요금을 전적으로 결정한다면 전력산업 생태계 자체가 망가질 것”이라며 “당장 연료비 연동 요금제 운영을 정상화하고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전반의 가격 결정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