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 활용으로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근로시간에 사적인 사용으로 업무의 생산성 저하나 안전사고 위험까지 대두되고 있다. 반대로 휴대폰 사용이 근로자의 권리문제로 비화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쿠팡 물류창고 화재 파장이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작업시간 휴대폰 반납, 정해진 점심시간 외에는 휴식 없는 ‘악덕기업’이라는 요지다. 반면 쿠팡불매를 비난하는 내용도 많다. 자칫 일자리를 위협받거나 안전사고 위험 등을 근거로 작업 중 휴대폰 사용제한은 적법하다는 의견이다.
유럽에서는 슬기로운 휴대폰 생활을 위한 법제도가 일찌감치 논의되었다. 독일 폭스바겐은 2011년 12월 협약을 통해 1154명의 본사 근로자들의 업무용 스마트폰을 차단하여 근로시간 이외에는 연락을 받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2015년에는 독일정부 차원에서 국민합의에 기초한 ‘노동 4.0’을 마련, 취업능력 제고, 유연하고도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근로시간, 양질의 근로조건 강화, 산업안전보건 4.0, 사회적 파트너십을 통한 변화 등 총 8개 과제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우리도 주 52시간 근로가 시행되고,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느냐’를 중시하는 ‘워라밸’이 확산되면서 ‘연결차단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착 되어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연결차단권’을 굳이 법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는지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동향을 보면 근로자들에 대한 유연한 보호를 위하여 노동법의 역할을 줄이고 노사 간 협의에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의 강국임에도 여전히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에 매우 인색하다. 우리의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70% 이하 수준이지만 최저임금을 비롯한 임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우리보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나라들은 업무 집중도가 높고, 노사 상호합의를 철저히 준수한다. 근무시간에 인터넷을 보거나, 사사로운 전화를 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권리와 함께 의무의 형평에 주목하여 선진 일터문화 추이를 거울삼아 법과 제도를 정비할 시점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와 근로 환경을 외면한 법제도는 해악을 초래한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