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화가, 바다의 심부를 째다…이근화 '흐름'

2020년 작
직접본 강렬한 장면에 극적인 붓터치 보태
생명 향한 본능이 더듬은 신비로운 푸른빛
이물질 자르고 붙여 만든 물고기떼 유영도
  • 등록 2020-06-10 오전 12:15:00

    수정 2020-06-10 오전 12:15:00

이근화 ‘흐름’(사진=장은선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태양빛이 꽂힌 깊은 바닷속. 저 빛이 아니라면 어둠에 묻혀 한없이 가라앉고 있을 공간이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다. 채 굳지 못한 용암이 차고 넘친 듯한 바닥이 꿈틀대고, 그 위론 거대한 물고기떼가 유영을 하고 있다. 다들 살아 있다.

작가 이근화(61)는 바다의 심부를 즐겨 그린다. 사람의 눈과 몸이 함부로 닿지 못하는, 어찌 보면 지구상에서 유일할, 그곳을 자신의 눈과 붓으로 담아낸다. 상상이 아닌 리얼이란다. 예전 스쿠버다이빙을 체험하면서 들여다본 바닷속을 복원해낸 거란다.

연작 중 한 점인 ‘흐름’(Flow·2020)은 그 강렬했던 장면의 한 토막이다. 극적인 연출과 붓질이 신비감을 키웠다. 아무리 죽창 같은 빛이라도 바다의 폐부를 저렇게 찌르진 못할 테니. 또 바닥을 저토록 낱낱이 헤집진 못할 테니. 그런들 어떠랴. 어차피 저 안에 머물며 환상을 봤다면 말이다. 생명을 향하는 본능이 더듬은 푸른빛이 저만큼 날카로웠다면 말이다.

150호 규모 덕에 작품 앞에 서면 그대로 바닷속이다. 유달리 도톰해 보여 손끝을 부르는 물고기떼는 단단한 이물질을 자르고 붙여 표현했단다.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6길 장은선갤러리서 여는 초대전 ‘심연의 바다’에서 볼 수 있다. 혼합재료. 227.3×181㎝. 작가 소장. 장은선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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