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먹히지 않는 서울 주택시장...부작용만 키웠다

입주물량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규제에도 수요 몰려
대출 규제 압박 여전한 상황인데도
서울 아파트값 7개월 만에 상승
  • 등록 2019-06-19 오전 4:30:01

    수정 2019-06-19 오전 8:30:26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전용 50.64㎡)는 지난달 21억4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9월 사상 최고가(19억3000만원)를 2억원이나 웃도는 수준이다. 고강도 규제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이후 매매거래가 거의 없었던 다른 평형대(전용 49㎡·61㎡)도 최근 거래가 잇따르면서 역대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도 지난달 28억9000만원(전용면적 94㎡ 기준)에 매매 거래가 성사됐다. 전달보다 무려 3억원이나 오른 가격에 손바뀜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직전에 거래된 사상 최고가(29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서울 주택시장에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주요 지역 랜드마크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잇따라 늘고 있다. 아파트 급매물이 팔리면서 조금씩 회복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매매거래가 꽉 막힌 매수자 우위시장에서 신고가 단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주택시장과 엇박자를 내면서 규제 약발 효과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강남권 신고가 잇따라…“갈아타기 실수요자 늘어”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6월 8~14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1%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첫째주 이후 7개월여(30주) 만에 상승 반전한 것이다. 서울 재건축 단지가 몰린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2주 연속 동반 상승한 가운데 중랑·중구·노원·강북·광진·용산구 등 강북권으로 점차 상승세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실제 용산구 재건축 대장주인 이촌동 ‘한강맨숀’은 지난달 17일 32억원(전용면적 167㎡)에 실거래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단지 같은 평형대가 지난해 8월 30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진 후 10개월 만에 첫 거래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여전히 부진한 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 거래량은 8077건으로 전월(6924건)보다 16.7%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1.1% 감소했으며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서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5만1703건)도 1년 전에 비해 16% 감소해 2006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서울 주택시장은 조금씩 정상적인 시장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정부가 대출 규제 압박이 여전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더 오를 여지가 강남권이나 마·용·성으로 갈아타는 실수요자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 신호에 대해 급격한 침체 이후 나타나는 ‘일시적 반등’ 또는 ‘추세 전환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을 두고도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다만 정부의 초강력 규제가 중장기적으로는 주택시장에 먹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의견이 비슷하다. 시중 유동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규제로 누를수록 더 강하게 튀어오르는 ‘용수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 부동자금은 최근 4개월간 45조원 가량 늘면서 올 3월 기준 982조원으로 1000조원에 육박한다.

청약·재건축 규제 등 엇박자…새 아파트 희소성 높아져

올 들어 정부가 내놓은 규제도 시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수도권 30만호 주택공급 계획’에 따라 신도시 5곳(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부천 대장·고양 창릉)을 발표했지만, 해당 지역 주변 1·2기 신도시 등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지구 지정은 커녕 제대로 된 사업 설명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청약규제 강화도 주택시장에 혼란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 분양시장에서 실수요자 당첨 기회 확대를 위해 청약 제도를 변경했지만, 정작 대출 규제와 주택시장 하락에 따른 고분양가 우려에 무주택자가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등 미계약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 2월부터 실시된 무순위 청약에 현금 부자인 유주택자들이 몰리는 ‘규제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달 초 ‘아파트 분양가 상한 기준’을 주변 시세의 110%에서 100~105%로 하향하는 기준안을 내놓아 후폭풍이 거세다. 후분양으로 선회하거나 분양 일정을 미루는 재건축 단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새 아파트를 기다리던 무주택 실수요자들만 피해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발표된 공시(지)가 인상은 이미 주택시장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데다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 측면으로 작용했다”며 “올 들어 강북횡단선 등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 광역수도권급행철도(GTX)와 연계한 영동대로 지하 광역복합환승센터 개발 등이 집값 하방 경직성을 단단히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지속되면서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주택 공급의 대부분을 재건축·재개발에 의존하는데 재건축 부담금 폭탄, 임대주택 물량 확대 등 강력한 정비사업 규제로 갈수록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며 “정부 규제는 단기적으로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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