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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종목이다. 썰매에 엎드려 빠른 속도와 커브 주행 시 중력 4배에 달하는 압력을 견디며 시속 120km 이상으로 주행해 속도를 겨룬다. 마찰을 비롯한 공기저항과의 싸움으로 알려졌다. 승부는 0.01초라는 찰나에도 가려진다. 스켈레톤 선수는 찰나의 승부를 위해 영겁과도 같은 시시간 동안 내면의 싸움을 지속한다.
윤성빈의 상징물은 ‘아이언맨’이다. 아이언맨은 미국 만화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다. 윤성빈은 2014년부터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경기에 임했다. 신기하게도 헬멧을 아이언맨으로 바꿔 쓰고 경기에 나온 이후부터 승승장구했다. 윤성빈은 어릴 때부터 아이언맨을 동경했다고 한다. 아이언맨 마스크를 쓴 윤성빈이 얼음 위를 질주하는 모습은 손·발바닥에서 불을 뿜으며 하늘을 나는 아이언맨과 닮았다.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에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그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주게 되어있다’고 서술했다. 최근 뇌 과학 연구에서도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성격 특질들이 자극으로 제시됐을 때 내측 전전두피질, 뇌섬엽, 좌반구 상측 측두피질, 좌반구 하측 두정피질, 후두엽이 활성화됐다. 또한 긍정적인 성격에 불안한 마음이 덜한 사람일수록 반복적인 플라세보(placebo·속임약) 효과에 좋은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평창에서 질주하는 빙상 아이언맨을 보면서 열광하고 감동한 이유는 억눌려 있는 우리 내면의 긍정 에너지가 윤성빈의 이상과 열정으로 공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친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와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가져다준 미래에 대한 염려 등을 속 시원히 날려버릴 수 있게 해줬다.
한반도기를 함께 든 남북 선수단이 아리랑 선율에 맞춰 입장하며 겨울 축제의 개막을 알린 게 엊그제 같은데 한반도 들녘에는 어느덧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며 새로운 잔치의 개막을 알리고 있다.
봄이다. 봄은 꽁꽁 얼어붙었던 산천초목이 새로운 생명력을 뽐내는 시기다. 에너지가 샘솟고 생동감이 넘치는 계절. 긍정하기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