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아이언맨' 윤성빈이 전한 '긍정의 향기'

  • 등록 2018-03-02 오전 5:00:00

    수정 2018-03-02 오전 5:00:00

[강도형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반도의 겨울을 뜨겁게 달군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30년 만에 이 땅에서 다시 열린 올림픽.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 모두 녹아있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강도형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그중에서도 최고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윤성빈 선수의 금빛 레이스를 들겠다. 윤성빈은 아시아 최초로 스켈레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켈레톤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종목이다. 썰매에 엎드려 빠른 속도와 커브 주행 시 중력 4배에 달하는 압력을 견디며 시속 120km 이상으로 주행해 속도를 겨룬다. 마찰을 비롯한 공기저항과의 싸움으로 알려졌다. 승부는 0.01초라는 찰나에도 가려진다. 스켈레톤 선수는 찰나의 승부를 위해 영겁과도 같은 시시간 동안 내면의 싸움을 지속한다.

윤성빈의 상징물은 ‘아이언맨’이다. 아이언맨은 미국 만화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다. 윤성빈은 2014년부터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경기에 임했다. 신기하게도 헬멧을 아이언맨으로 바꿔 쓰고 경기에 나온 이후부터 승승장구했다. 윤성빈은 어릴 때부터 아이언맨을 동경했다고 한다. 아이언맨 마스크를 쓴 윤성빈이 얼음 위를 질주하는 모습은 손·발바닥에서 불을 뿜으며 하늘을 나는 아이언맨과 닮았다.

어쩌면 윤성빈은 스켈레톤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자신의 미래를 아이언맨으로 규정했는지 모른다. 윤성빈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아이언맨 헬멧을 통해 현실에서 강렬한 긍정의 힘을 부여했다. 영화 ‘아이언맨’의 감독이었던 존 패브로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남겼듯이 윤성빈은 “빙상의 아이언맨”으로 거듭났다. 영화가 현실이 된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에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그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주게 되어있다’고 서술했다. 최근 뇌 과학 연구에서도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성격 특질들이 자극으로 제시됐을 때 내측 전전두피질, 뇌섬엽, 좌반구 상측 측두피질, 좌반구 하측 두정피질, 후두엽이 활성화됐다. 또한 긍정적인 성격에 불안한 마음이 덜한 사람일수록 반복적인 플라세보(placebo·속임약) 효과에 좋은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평창에서 질주하는 빙상 아이언맨을 보면서 열광하고 감동한 이유는 억눌려 있는 우리 내면의 긍정 에너지가 윤성빈의 이상과 열정으로 공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친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와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가져다준 미래에 대한 염려 등을 속 시원히 날려버릴 수 있게 해줬다.

찰나의 순간을 살면서 영겁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팍팍한 우리 인생에 긍정의 촛불을 밝혀준 윤성빈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믿는 긍정의 꽃망울을 온 세계에 터뜨렸다.

한반도기를 함께 든 남북 선수단이 아리랑 선율에 맞춰 입장하며 겨울 축제의 개막을 알린 게 엊그제 같은데 한반도 들녘에는 어느덧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며 새로운 잔치의 개막을 알리고 있다.

봄이다. 봄은 꽁꽁 얼어붙었던 산천초목이 새로운 생명력을 뽐내는 시기다. 에너지가 샘솟고 생동감이 넘치는 계절. 긍정하기 좋은 날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추위 속 핸드폰..'손 시려'
  • 김혜수, 방부제 美
  • 쀼~ 어머나!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