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 가상화폐 버블, 세계 시장서 눈총

  • 등록 2018-01-11 오전 6:00:00

    수정 2018-01-11 오전 6:00:00

가상화폐 국제가격 산정에서 한국 거래소가 퇴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의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은 그제부터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주요 거래소의 가격을 국제시세 산출에서 제외했다. “한국 거래소와 세계 다른 시장의 가격차가 커 재정거래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시장에서의 유통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지나치게 높은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국제 시세를 교란시키는 거품으로 판단한 것이다.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은 ‘투기 광풍’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만큼 국제 시세를 크게 웃도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세계 평균 시세의 130%를 오갔으나 최근에는 150% 수준까지 치솟았다. 실제 지난 9일 오후 4시 기준 코인마켓캡의 비트코인 평균 가격은 1만 5186달러였으나 한국 빗썸에서는 2만 1775달러에 거래되는 등 국내 가격이 40~50% 더 높게 나타났다. 시장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재정거래가 우려될 정도로 격차가 큰 셈이다.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과 주부, 심지어 10대들까지 한탕을 노리고 ‘묻지마 투자’에 나선 것이 지금 모습이다. 하지만 눈앞의 과열 진정에 급급한 나머지 설익은 처방으로 시장의 내성만 키운 정부도 문제다. 지난해 6월 투자 경계령 발령을 시작으로 코인발행 금지, 미성년자 거래 제한, 거래실명제 도입 등의 규제를 연달아 내놨지만 오히려 가상화폐 열기는 더 뜨거워진 양상이다. 심지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거래소 폐쇄 검토’를 경고한 지난 8일에도 가격이 올랐다. 오죽하면 정부가 규제책을 발표하면 가격이 뛰어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겠는가.

가상화폐의 거래 기반이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기술이라는 점에서 개발에 지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흘려들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투기 버블이 번지는 부작용을 간과할 수는 없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이 가상화폐를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정책을 집중하는 이유다. 우리도 가상화폐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당장의 과열 진정책은 물론 제도권 편입 여부에 이르기까지 근본 대책을 고민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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