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야심작' 역세권 청년주택 예산 집행 0원…왜?

지역주민 반대 등에 착공 늦어져… 예산 집행 못해
내후년까지 5만여 가구 청년주택 공급 목표 ‘빨간불’
  • 등록 2017-11-16 오전 5:30:00

    수정 2017-11-16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가 청년 주거난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까다로운 사업 인허가 절차와 임대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님비(NIMBY)’ 현상에 몸살을 앓으며 서울시는 당초 계획했던 올해 예산을 단 한 푼도 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도 24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에 배정했지만 사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계획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도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을 위한 예산은 239억2100만원이다. 시는 올해 약 25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역세권 청년주택 공공임대주택 매입에 쓸 예정이었지만, 착공이 늦어진 영향으로 예산을 전혀 집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년주택 건립을 위해서는 착공 후 공정이 20% 이상이 진행된 이후에야 예산 집행이 가능한데 올해는 사업이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다”며 “첫 사업지 지정과 제도 시행에 따른 시행착오가 다소 있었고, 청년 주택 건립에 대한 주민 반대로 사업이 늦어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지하철역 근처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19∼39세의 대학생·사회초년생 등 청년 1인 가구나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는 준(準)공공임대주택 사업이다.

이달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청년주택 대상지 46곳 가운데 10곳(5554가구)의 사업인가가 완료됐다. 이 중 용산구 한강로2가(1916가구), 서대문구 충정로3가(523가구), 마포구 서교동(1177가구) 등 3곳이 지난 3월 사업계획인가를 받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업인가 절차를 밟고 있는 곳은 12곳(6121가구)이며, 나머지 26곳(6359가구)은 사업지 선정을 마치고 사업인가를 준비 중이다.

서울시는 연내 1만 5000가구, 2019년까지 5만 가구의 역세권 청년주택을 공급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고가 임대주택 논란 속에 일부 지역 주민들의 청년주택 건립 반대로 사업이 예상대로 진행될 지 의문이다. 다만 서울시는 내년 법령 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을 통해 역세권 청년주택 지정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대지면적 5000㎡ 이상 일부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지는 ‘촉진지구’로 분류돼 서울시 통합심의위원회에서 환경·재해·교통영향평가 등 모든 사업시행 인허가를 처리한다. 하지만 대부분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지가 속한 대지면적 5000㎡ 이하는 비촉진지구로 시의회 의견 정취, 도시계획위원회, 도시건축공동위원회, 고시, 자치구 건축 심의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따라서 사업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현행 5000㎡로 지정된 촉진지구 최소 면적을 낮추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도시의 촉진지구 최소 면적은 5000㎡인데, 최대 60%까지 완화하면 2000㎡에서도 촉진지구가 지정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촉지지구 범위는 지자체 조례 위임사항으로 내년 중 시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청년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청년주택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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