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또 바뀔 것' 불신 남긴…14차례 부동산 대책

  • 등록 2017-01-06 오전 5:00:00

    수정 2017-01-06 오전 8:17:50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라.”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다수를 차지하는 시장의 냉담한 반응이다.

지난달 29일 정부는 올해 경제 정책 방향을 밝히면서 부동산시장 부양가능성을 내비쳤다. 매매 거래 위축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선 건설과 청약 규제 및 각종 지원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불과 두 달 전 청약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겠다며 청약 요건과 전매 제한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내놓은 ‘11.3 부동산 대책’과는 대치되는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나온 부동산 대책은 모두 14건에 달한다. 2013년 4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의 11.3 대책까지가 그것들이다. 임기 시작 후 3개월에 한번 꼴로 부동산 대책이 쏟아진 셈이다.

문제는 특정 정권 안에서 쏟아지는 대책들에서도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완화해 ‘정부가 나서서 빚을 내 집사라 한다’는 얘기까지 들었던 기조가 1년이 지난 지난해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뒤집힌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대출 요건을 완화하면서 주택 매매를 부추긴 결과 지난 2년 새 주택 매매 거래량이 100만건을 넘어서고 집값도 치솟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로 인한 가계부채를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정책금융 상품마저 요건을 강화했다. 오락가락한 대책이 실수요자들에게만 피해로 돌아오는 양상이다.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시장의 반응도 일견 이해가 가는 이유다. 14차례의 대책이 부동산시장에 남긴 것은 ‘어차피 또 바뀔 것’이라는 불신 뿐이다.

주택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삶의 필수재이기 때문에 정부의 적절한 개입은 필요하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부동산을 경기 부양의 가늠자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서민 주거 안정화를 위한 일관된 방안을 고민하고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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