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이산가족의 설움 덜어줘야

  • 등록 2015-10-21 오전 3:00:00

    수정 2015-10-21 오전 3:00:00

어제 금강산 면회소에서는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이 이뤄졌다. 이들로서는 한반도 분단으로 헤어진 이래 60여년 만에 어렵게 성사된 만남이다. 서로 부둥켜안은 채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는 이들의 모습에서 분단 현실의 비극을 절감하게 된다. 누가 조국의 국토를 갈라놓았고, 누가 이 피붙이들에게 생이별을 강요하고 있는 것인지 원망이 앞설 뿐이다.

이산의 사연은 가족들마다 구구하다. 전란을 피해 남쪽으로 피난을 오다가 식구들의 손목을 놓친 경우도 있을 테고, 땅뙈기를 지키려고 머무르다가 이별로 굳어진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그때의 철부지들이 이마에 주름살이 가득한 얼굴로 변한 지금 이들의 마음속 회한은 한결같다. 어린 시절의 고향 땅, 도탑게 정을 나누던 혈육들에 대한 그리움이 그것이다.

헤어졌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만나 모처럼 회포를 풀었으나 상봉 시간이 너무 짧은 게 안타깝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개별상봉과 오찬, 그리고 작별을 앞둔 내일의 마지막 상봉이 예정돼 있다지만 모두 12시간에 불과하다. 가슴속 구석구석 맺혀 있는 회한과 사연들을 풀어내기에는 제한된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만난 것이 행운이면서도 또 눈물의 작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번 상봉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된 것이 다행이다. 북한 측의 목함지뢰 도발사태로 인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담판에 이른 8·25 고위급합의의 결실이다. 이번 상봉을 계기로 남북 간에 더욱 활발한 교류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치적 여건상 당국 간 교류가 어렵다면 민간 분야의 교류만이라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토 분단의 설움을 씻어주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산가족 상봉만이라도 더욱 관심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26차례에 걸친 대면·화상상봉으로 남북에서 모두 4490여 가족, 2만 2500여명이 상봉의 감격을 누렸다지만 1000만명을 헤아리는 이산가족을 감안한다면 아직도 아득하다. 더구나 고령자들이 자꾸 세상을 등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휴전선만 넘으면 바로 저기가 금강산인데, 그들이 눈을 감기 전에 혈육을 만나게 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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