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건설업계 싸움 방치하는 정부

  • 등록 2012-03-08 오전 7:00:00

    수정 2012-03-08 오전 7: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08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 그리고 건설업체들간의 가격 싸움을 보고 있으면 살림이 어려운 집 형제들의 다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먹을 거는 한정돼 있는데 서로 가져가려는 모양새가 썩 달갑지 않았다. 툭탁거리는 듯 하다가 결국 울음소리가 난다. 힘겨루기를 하다보면 당연히 형이 이긴다. 우는 쪽은 동생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입장이다. ‘형이 동생을 울리면 쓰냐? 사이좋게 나눠먹어라’가 일반적인 경우다. 간혹 동생의 자립심을 길러주기 위해 그냥 놔두는 것도 방법일 수는 있다. 생각해보면 늘상 부모가 중간에서 말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부모가 가장 피해야할 것은 ‘시끄러우니 안보이는 곳에서 조용하게 싸워라’고 하는 것이다. 이는 해결책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오히려 사태만 더 키울뿐이다.   최근 시멘트 업계와 레미콘 업계, 건설업계의 가격 다툼에서 보여준 정부의 입장은 안타깝게도 그런 ‘방치’`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멘트와 레미콘의 최종 구매자인 건설업계에서는 현재의 시멘트·레미콘 가격 움직임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 논리와 맞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겠다는 게 말이 되냐”라며 불만을 강하게 표했다. 레미콘이나 시멘트 업계의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몸도 크고 힘도 세니 시장 원리에 따라 많이 먹겠다는 뜻이다.   반면 레미콘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형이 좀 양보하라는 쪽이다. 문제는 정부가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한다’는 시장경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는 관망적인 자세보다는 재발을 방지하는 노력을 보다 기울였어야 했다는 점이다. 내년에도 비슷한 일은 또 벌어질 수 있는데 그때마다 정부가 아무 역할을 못한다면 그건 직무 유기에 가깝다.   한발 물러서 있던 정부는 지난 1월말 레미콘업계가 조업 중단을 결의한 이후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론에 등 떠밀린 격이다.   세 업계 대표자들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 모으는 데까지 뿐이었다. 계속된 협상도 지지부진하게만 흘러갔다.   이 와중에 레미콘업계는 조업 중단에 들어갔고 정부는 약속된 2주간의 협상 시한이 다가와서야 겨우 시멘트가격 인상폭에 대한 세 업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번 일이 봉합되더라도 이 문제는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협상 테이블을 만들고 거기로 당사자들을 끌어들이는 것 이상의, 부모같은 입장의 역할을 정부에 기대하는 게 과도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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