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한 번에도 쏟아지는 눈총…`키즈 OK존` 찾는 부모들 [전지적 가족 시점]

‘키즈 오케이존’ 업주 만나보니
“사람 사는데 아이 있는 것 당연…보기만 해도 예뻐”
"몇 가지 사례로 '노키즈존' 만드는 건 문제"
부모·업주 서로 예의 지키는 기본적 배려 중요
  • 등록 2024-09-15 오전 8:30:40

    수정 2024-09-15 오전 8:30:40

노시니어존, 노키즈존, 노 아재존, 노펫존 등 신조어가 연이어 등장하며 세대 간 혐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혐오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벌어지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추석을 맞아 가족을 이해하고, 벽을 없애보자는 의미로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아무래도 아이랑 같이 가면 눈치가 많이 보이죠. 그러다 보니 갈 곳도 제한되구요.”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
곱지 않는 시선에…가족끼리 식당·카페 가기 눈치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며 5살 아들을 둔 직장인 김모(34·여)씨는 명절에 가족과 식당을 가려고 하면 걱정이 앞선다. 작년 추석에 가족들과 찾았던 카페에서 아들이 크게 떠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김씨도 그 자리에서 아들에게 주의를 주긴 했지만, 카페에 오래 있기 불편해서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평상시에는 남편과 아이랑만 사니까 이런 곳을 피해 교외로 다녀 이런 불편함을 만들지 않는다”면서도 “가족과 함께 있는 명절에는 다 함께 움직이다 보니 선택지가 별로 없어서 큰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돌아오는 명절에 아이와 갈 식당·카페를 놓고 고민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겪는 사회화 과정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노 키즈 존(어린 사람 입장할 수 없는 공간)’으로 대표되는 문화가 번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아이에 대한 혐오 정서가 퍼지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김씨의 걱정은 비단 명절 때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만큼 노키즈 존과 관련된 논란은 최근 몇 년 새 이어지고 있다. 노키즈 존을 영업 방침으로 삼는 업주들은 아이들이 가게 안에서 뛰다가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는 것과 아이들이 내는 소리가 시끄러워 다른 손님에게 방해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 눈치 보기가 싫어 근교의 식당과 카페로 나가는 아이 가진 부부들이 많아졌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서울키즈 오케이 존’을 써붙인 한 식당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이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아이들 친화적인 ‘키즈 오케이 존’…“서로 간의 배려도 중요”

김씨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곳이 생겨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의 ‘서울키즈 오케이 존’이다. 이 공간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환영받고 편안하게 방문해 외식할 수 있도록 의자·식사 도움 용품 등을 갖춘 양육친화 곳을 표방한다.

김씨가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식당의 환경은 어떨까. 이데일리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서울키즈 오케이존에 등록된 한 식당을 방문했다. 해당 식당은 스시 롤과 샐러드 등을 주로 판매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수유실을 비롯해 한 쪽에 키즈 카페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 기구를 마련하고 있었다. 이곳에 아이와 부인과 자주 온다는 이모(36)씨는 “아이들이 놀기 좋은 놀이방도 있기도 하고 아이들과 같이 밥 먹기 좋은 공간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 가게 주인이 꼬마 손님을 다루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주었다. 사장인 윤모(52)씨는 “사람 사는 곳에 아이들이 없을 수 없는데, 아이들만 보면 너무 이쁘다”면서 “애초에 가게를 만들 때부터 아이들을 고려한 가게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있으면 따뜻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니까 즐겁게 밥 먹는 식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부모들도 아이들을 놀이방에 놀게 하고 편하게 밥 먹을 수 있어서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오케이 존을 붙이고 식당을 하는 한 사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애들이 좀 시끄럽다고 갈 데가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저도 애들 키워봐서 알겠지만, 상식을 가진 부모들은 대게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잘못하면 주의를 줄 때가 대부분”이라면서 “몇 개 기사를 가지고 마치 부모들이 교육을 안 하는 식으로 몰고 가 결국 노키즈 존을 만든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의 선함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장들도 기본적인 서로 간의 배려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한 사장은 “기본적인 예절을 가르치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면서 “저도 애를 키우는 처지지만 4~5번씩 말을 하면 대게 아이들이 말을 알아듣는데, 이걸 못 기다려주고 마치 아이들이 문제야라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너무 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잘 타이르도록 말해서 노키즈 존도 그렇고 오케이 존도 그렇고 없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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