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변강쇠와 옹녀. 이름만 들으면 ‘정력남’과 ‘색정녀’가 떠오른다. 이들이 주인공인 판소리 ‘변강쇠타령’은 내용이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지금은 잘 불리지 않는다. 국립창극단 ‘18금’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이러한 편견을 산산조각낸다. 상부살(喪夫殺, 남편을 잃을 팔자)을 타고난 옹녀는 운명에 굴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한다. 변강쇠 또한 당당한 옹녀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느끼고 순정을 내던진다.
| 국립창극단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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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파격적인 재해석에 관객은 열광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2014년 성공적인 초연 이후 8년 연속 국내외 16개 도시에서 공연하며 관객 4만 7000여 명을 모았다. 국립창극단 작품 중 최장기간 최다 공연 횟수를 자랑하는 흥행작이다. 10주년을 기념해 다음달 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국립창극단 작품 중 10년간 공연한 작품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유일하다.
국립창극단 최장 기간 최다 공연 흥행작 | 국립창극단 ‘변강쇠 점 찍고 옹녀’ 10주년 기념공연에 출연하는 옹녀 역 이소연(왼쪽), 변강쇠 역 최호성. (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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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부터 옹녀와 변강쇠 역으로 ‘찰떡호흡’을 보여준 국립창극단 단원 이소연, 최호성이 10주년 공연을 위해 다시 뭉쳤다. 여기에 국립창극단 막내 라인인 김우정, 유태평양이 새로운 옹녀-변강쇠 커플로 세대교체를 예고한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네 명의 주역들을 만나 10주년 공연을 앞둔 소감을 들었다.
이소연, 최호성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대표 배우다. 2014년 초연 당시 선배 단원 김지숙-김학용과 함께 후배 콤비로 호흡을 맞췄다. 이후 두 사람은 2015·2016·2017·2018·2019년 공연 모두 출연하며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흥행을 이끌었다. 최호성은 “격조 있는 야함에 재미, 그리고 사랑에 대한 메시지까지 갖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초연 때만 해도 두 사람은 옹녀와 변강쇠의 캐릭터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10년간 호흡을 맞추면서 옹녀와 변강쇠의 내면에 있는 외로움과 사랑에 공감하게 됐다. 이소연은 “옹녀는 나 자신의 틀을 깨준 캐릭터”라며 “본연의 외로움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하는 인물이다. 내가 연기하는 옹녀가 사랑스러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해왔다”고 말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2016년 유럽 현대 공연의 중심이라 평가받는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의 초청을 받아 유럽 관객과도 만났다. 당시 주역을 맡은 이들도 바로 이소연, 최호성이다. 두 사람에겐 잊지 못할 기억이다. 최호성은 “‘마담 옹’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했는데 프랑스어 번역을 잘해서 현지 관객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소연은 “외국에 ‘우리 창극은 이런 것’이라고 보여줄 수 있어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선배 보며 꿈 키운 후배들, 세대교체로 | 국립창극단 ‘변강쇠 점 찍고 옹녀’ 10주년 기념공연에 출연하는 변강쇠 역 유태평양(왼쪽), 옹녀 역 김우정. (사진=국립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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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최호성이 원숙하면서도 농익은 옹녀와 변강쇠를 보여준다면, 새로 합류한 김우정, 유태평양은 좀 더 풋풋한 옹녀와 변강쇠로 10주년 기념 공연에 활기를 더한다. 두 사람은 선배들의 공연을 보며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주역을 향한 꿈을 키웠다. 이제는 선배들과 함께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새 역사를 쓴다.
2021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김우정에게는 이번 공연의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김우정은 2014년 관객으로 이소연이 출연한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본 뒤 국립창극단 입단의 꿈을 가졌다. 김우정은 “국립창극단 공연을 처음 본 것이었는데 내용도 그렇고 정말 ‘쇼킹’했다. 옹녀 역을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공연에서 캐스팅돼 정말 기뻤다”며 “섹시한 옹녀보다 자연스러운 옹녀를 표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태평양은 2016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마침 공연하고 있던 작품이 ‘변강쇠 점 찍고 옹녀’였다. 당시 공연에 출연하진 못했지만, 리허설만 10번 이상 볼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다. 2019년 공연에서 변강쇠 역을 처음 맡았지만, 이번 공연에선 김우정과 콤비를 이뤄 초심처럼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유태평양은 “우정이가 연기하는 옹녀는 동생 같은 느낌이 있다. 조금 더 귀여우면서도 새로운 호흡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변강쇠 또한 남들 눈치 안 보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