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한때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지만, 이젠 마약 범죄에 시름하는 나라가 됐다. 2023년 대한민국의 말이다. 범상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마약이 연루된 사건이 뒤를 잇고 있는 것이다. 올 여름 발생한 마약 범죄에는 문화계를 대표하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이를 단속할 경찰 역시 예외가 없었다.
|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로 이동하는 중 한 시민이 “영치금으로 쓰라”며 돈을 뿌리고 있다. (사진=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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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올 상반기(1~7월)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1만1629명이 검거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전체 검거 건수인 1만2387건에 육박하는 수치로, 이 추세대로라면 역대 최다치를 기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0대와 60대 이상 등 마약 범죄와는 거리가 다소 멀었던 연령대의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다. 그 만큼 우리 사회에 마약 범죄가 침투하는 비중이 커졌단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배우 유아인(엄홍식·37)의 마약 범죄는 주목을 받았다. 이름만 들어도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배우가 마약에 손을 대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 횟수가 상당했다는 점 등에서 큰 충격을 준 탓이다.
유아인은 지난 2020년부터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 시술 목적의 수면마취를 빙자해 약 200회에 걸쳐 5억원 상당의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적으로 매수·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타인 명의로 수면제 약 1000정을 불법 처방받아 투약한 혐의도 있다. 이 때문에 병원을 돌며 일종의 ‘마약 쇼핑’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지인들과 함께 미국에서 코카인·대마 등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도 받는다.
이 때문에 수사당국은 유아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지만 법원에서는 유아인 본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증거가 상당부분 확보돼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수사는 과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울 용산에서 벌어진 한 경찰의 추락사도 큰 충격을 줬다. 서울 한 복판에서 그것도 강원경찰청 소속의 경찰관이 추락사 했는데, 그 경찰관이 추락한 아파트에서 ‘마약 파티’가 벌어진 정황인 밝혀진 것이다. 참가자들은 ‘운동 동호회 모임’을 가졌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이들이 여러 종류의 마약을 투약한 정황을 파악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인원만 해당 경찰을 포함해 25명에 달한다.
숨진 경찰관의 소변과 모발 및 혈액 등에서 필로폰·케타민·엑스터시(MDMA)와 신종 마약인 메스케치논, 펜사이클리딘 유사체 성분 등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약독물 감정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참석한 인원 대부분은 마약류 양성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이 모임을 주도한 이들은 구속 송치된 상태다.
이 밖에도 또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모(28)씨, 주차 시비가 붙어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한 강남 람보르기니 사건 피의자 홍모(30)씨도 범행 전후 병원에서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군 장병 마약사범도 늘고 있고, 지난달 28일 강남에서 경찰과 추격전을 벌인 20대 남성도 MDMA(엑스터시)와 암페타민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 현장에서는 음주운전 단속을 하는 것 처럼 마약운전 단속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