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화 한국창업원(베이징) 원장] 지난 1일 중국 증권일보에 상해마이크로전자(SMEE)가 28㎚(나노미터) 반도체 노광기 국산화 개발에 거의 성공했고, 연말에는 첫 제품을 고객에게 인도하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미·중 반도체 기술경쟁에서 미국의 기술을 따라잡는 큰 허들을 하나 넘은 것으로 의미가 대단히 크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노광기는 반도체 제조의 3가지 핵심공정인 노광, 식각, 증착의 한 부분을 책임지는 핵심 장비로서, 광원의 파장 길이에 따라 해상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광원에 따라 1세대, 2세대, 3세대, 4세대, 5세대로 발전해 왔다.
그 중 4세대 노광기는 DUV(심자외선) 193㎚ 파장의 불화아르곤(ArF) 에시머 플라즈마 광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65㎚ 공정까지만 활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28㎚노광기는 DUV 노광기를 기반으로, 해상도를 더 높이기 위해 공기보다 굴절률이 1.44배 큰 초순수(순수한 물)를 노광기의 대물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주입하여 만들어진 얇은 수막을 통해 빛을 한 번 더 굴절시키는 액침 기술을 활용한다. 그래서 ArF 광원의 이름에 액침의 ‘i’를 더해 ‘ArFi’ 기술이라고 부르고, 4.5세대라 한다. 여기에 마운트와 제어기술을 고도화 하면 14㎚까지 해상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
이번에 중국의 28㎚ 국산 노광기 개발은 정부의 ‘국가 중장기 과학 및 기술 발전 규획’ 중 하나의 국책과제로서, 2016년부터 SMEE를 개발책임자로 하고 모델명을 SSA800/10W로 정하고, 마운트, 광원, 광학시스템, 대물렌즈 모듈, 액침 시스템, 제어 소프트웨어 등 7개 기업이 분업 담당하여, 네덜란드 ASML의 NXT:2000i 모델의 성능을 목표로 치밀한 계획하에 진행된 8년의 성과다.
물론 ASML가 28㎚ 액침노광기를 처음 개발한 것이 2010년 이기 때문에, 이에 비하면 13년이나 늦은 것이다. 하지만 2019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ArFi 노광기는 ASML과 일본 니콘 등 오직 두 회사가 88%, 12%를 독점하고 있는 기술인데, 중국이 4.5세대 기술을 국산화한 3번째 나라가 되면서, 그 의미는 대단히 크다.
둘째, 28㎚ 노광기는 휴대폰의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나 컴퓨터의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등 저전력 성능이 필요한 몇몇 반도체와 메모리를 제외하고, 전체 반도체 수요의 90% 이상의 제조에 활용 가능한 기본 장비다. 올해 4월 중국은 국산장비만을 사용하는 12인치 65㎚ 공장 YDME(옌동마이크로, 688172) 베이징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이제 곧 국산장비만을 사용하는 12인치 28㎚ 공장이 가동될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셋째, 향후 10㎚ 이하 반도체를 제조하는데 필수적인 5세대 EUV 노광기 개발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해 말 화웨이가 EUV 노광기의 핵심 기술인 “반사경, 노광 장치 및 그 제어 방법”이라는 특허를 획득했다고 발표한 것을 주의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중국 정부가 이미 EUV 노광기 개발을 광범위하게 시작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