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관리 기간 5년 동안 고용·지분·자산유지 등의 요건을 준수해야 하는데 하나라도 위반하면 추징금까지 더해져 당초에 상속당시보다 더 많은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감염병, 우크라이나 전쟁, 금리인상 등과 같이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돌발하는 요즘 상황에서 5년 후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불확실하지만 사후관리 요건에 따라 현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기업상속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부의 대물림에 대한 편견에 더해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 기업의 상속을 건물이나 현금의 상속과 동일시하는 것은 기업경영을 알지 못하는 무식의 발로다. 기업을 물려주는 것은 건물을 상속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건물은 명의만 변경하면 되지만 기업은 지분만 넘긴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건물주와 기업주는 권한과 책임의 차원이 전적으로 다르다.
2세 상속인이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초보 운전자가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것과 같다. 트럭 운전을 배우고 주행연습 좀 했다고 섣불리 트럭을 몰고 나갔다가 사고나기 십상이다. 경험이 풍부한 1세 운전자가 2세 견습생을 옆에 앉히고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도로조건에서 트럭을 능숙하게 운전하는 법을 가르친 다음에야 운전대를 넘길 수 있다.
1세 기업인은 본인이 창업해 평생을 바쳐 일군 기업을 자식도 애정을 갖고 헌신적으로 경영해 주기를 기대한다. 사업을 크게 키운 기업인일수록 2세 경영자에게 높은 기대를 하고 많은 요구를 한다. 자녀를 자신처럼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키우겠다는 욕심에서 혹독하게 경영수업을 시킨다. 선대 기업인의 많은 요구와 높은 기대는 후대 경영자를 무거운 압박감으로 짓누른다.
부모가 기업을 상속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자녀가 경영책임을 부여받는 관계를 사회학은 ‘도구적 관계’라고 한다. 부모는 자녀의 자산 취득 도구, 자녀는 부모의 가업 승계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경영권 승계는 부모-자녀가 ‘가족적 관계’에서 ‘도구적 관계’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이런 변화가 원활하게 긍정적으로 이뤄지느냐 아니면 삐끗거리며 부정적으로 악화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결정된다.
경영권 승계가 어렵고 험한 난제인데 여기에 제도적으로 장애물까지 설치하니 가업상속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차라리 기업을 물려받아 경영 책임에 시달리기보다는 기업을 매각해 그 돈으로 건물을 사달라는 요구가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기업주보다 건물주가 더 선호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