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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날아가는 새가 쓸쓸하게 보인 적이 있는가. 날개를 파닥일 땐 좀처럼 볼 수 없는 그것이 날갯짓을 멈추는 순간, 낱낱이 눈에 들어온다. 어깨에 얹힌 무게, 바람을 견뎌내는 고통. 정지하는 일의 고독까지. 그래도 저만큼은 아니었을 거다. 작가 황수연(39)이 그어낸 잔잔한 연필선이 그림자를 뚝뚝 떨어뜨리는 저만큼은 아니란 말이다.
그러던 작가가 문득 연필을 쥐고, 잘 다듬어 빚은 조각같이 섬세한 농담을 종이에 옮겨냈다. 드로잉 연작 중 한 점인 ‘노 아이즈’(No Eyes·2020)는 어떤 형상을 절반쯤 가져온 반추상화로 그린 작품.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지만 유독 ‘눈이 없어’ 아니라면 ‘눈이 멀어’, 그래서 더 마음 쓰이게 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