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가 위축되고 기존 상권이 활력을 잃으면서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속출하고 있지만 새로 부상한 골목상권이나 뉴타운 조성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난 곳에서는 상권이 부활하면서 임대료도 오르는 모습이다. 임대료가 비쌌던 전통 대형 상권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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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감정원이 산출한 올해 2분기 서울 주요 상권의 중대형 상가(연면적 330㎡ 초과·지상 3층 이상 건물) 임대료를 보면 서울대입구역이 ㎡당 6만4000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1.91% 올라 38개 조사 대상 상권 중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잠실이 1.64% 상승해 뒤를 이었고 청량리·서울역과 이태원·왕십리 일대 등도 임대료가 1% 이상 올랐다.
임대료 추세 변화를 나타내는 임대가격지수도 서울대입구역이 1.76% 올라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임대료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맺은 임대계약상 평균치로 과거 임대료 수준까지 반영된 반면 임대가격지수는 현 시점에서 거래 가능한 임대료를 기준으로 산출돼 상권의 임대료 추세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임대가격지수 상승률은 서울대입구역에 이어 왕십리 일대와 신림역, 오류동역, 천호동 등이 상위에 올랐다.
서울대입구역 상권이 강세를 보인 이유는 골목상권으로 뜬 샤로수길 덕분이다. 고시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한 식당과 학원, 독서실 등이 몰려 있던 이곳은 2~3년 전부터 독특한 음식점들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했다. 신사동 가로수길과 서울대 정문 조형물 모양인 ‘샤’를 합해 샤로수길로 이름 지어졌다.
잠실 상가 임대료 상승에는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 생겨난 ‘송리단길’이 큰 영향을 미쳤다. 동쪽 석촌호수 맞은편 다가구·다세대주택 밀집지역에 특이한 카페와 맛집이 들어서면서 송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여기에 방이동 먹자골목 상권도 잠실 임대료 상승에 한몫했다.
골목상권의 원조격인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이태원 경리단길에서는 치솟는 임대료로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 일어나면서 임차인들이 떠나고 임대료도 정체된 반면 신흥 골목상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환골탈태한 구도심 상권도 ‘부활의 날갯짓’
기존 임대료가 높았던 전통 상권은 위축되는 모습이다. 신촌·혜화동·사당동 일대 상가 임대료는 전분기에 비해 1% 이상 떨어졌고 도산대로·종로·청담동 임대료 역시 0.5% 안팎 하락세를 나타냈다.
청량리나 서울역, 왕십리, 영등포 일대는 기존 쇠락해가던 구도심이 정비사업을 통해 신흥 주거타운으로 탈바꿈하면서 상권이 살아난 경우다. 올 2분기 영등포와 청량리 일대 상가 공실률은 각각 11.2%, 7.4%로 전분기에 비해 3.6%포인트, 1%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역 일대 상가 공실률 역시 0.4%포인트 낮아졌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서울역 상권은 관광객이 늘고 있고 인근 신축 아파트로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업체가 입점하면서 임대료도 높아졌다”며 “왕십리 역시 원래 유동인구가 꾸준히 있던 곳인데 뉴타운이 들어서면서 임대료가 더 올랐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 상권이 속해 있는 자치구의 유입인구는 늘고 있다. 올 2분기 왕십리가 속한 성동구 인구는 1517명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고 잠실이 있는 송파구(1167명), 영등포 구도심이 있는 영등포구(513명), 서울역 뒷편 정비사업이 완료된 만리동이 속한 중구(288명)에서도 순유입 인구가 많았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영등포나 청량리 일대 등은 낙후된 곳이라는 인식이 많았는데 재건축·재개발사업을 통해 변화하면서 유동인구도 늘고 상권도 살아나고 있다”며 “정책의 가장 큰 축이 도시재생인 만큼 아직까지 저평가된 뉴타운 인근 상가라면 투자 관점에서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