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한국정보화진흥원(원장 서병조)이 공동 주최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헌법과 ICT의 역할’ 세미나에서는 법학자·ICT전문가·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들이 모여 미래 사회의 다양한 변수들에 대한 헌법적 고려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인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헌법에 담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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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조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생활의 모든 게 바뀌는 메가 트렌드로 이해해야 한다”며 “1,2차는 기계화가 중점이고 3차 정보화 혁명은 자동화라면 지금은 기계화, 자동화, 지능화가 동시에 섞여 진행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는 “정부가 바뀌면서 성장과 분배, 세대간·계층간, 인간과 기계간 조화가 중요해졌다”며 “특히 4차 산업혁명에선 데이터가 경쟁의 원천으로 부각하면서 정보기본권이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같은 화두가 전면화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박기주 박사는 “4차 산업혁명의 원료는 데이터인데, 현재의 개인정보보호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뿐 아니라 이를 활용해 분석하는 모든 단계마다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무엇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주체가 개인정보 제공 자체를 꺼리거나 개인정보 유출을 주장해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좀 더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동의’ 만능주의를 낳아 개인정보의 실질적 보호를 어렵게할 뿐 아니라 산업 발전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김 교수는 “대다수 학자들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독자적인 기본권으로 헌법에 넣는데 반대한다”며 “이게 들어가면 세상이 뒤집어져도 동의제도는 빠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뭔가에 가입할 때 하는 형식적인 동의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면서 “동의보다 중요한 게 보호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대신 ‘개인정보보호권’, ‘개인정보권’ 같은 용어를 넣는게 더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동의 자체보다는 위험 인수에 대한 국가 시스템 필요
정준현 단국대 법대 교수는 “내가 개인정보 활용을 동의했다고 해도 (개인정보 유출 시) 위험이 인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가 차원의 개인 정보보호에 대한 책임성을 강조했다.
조규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과연 동의만 있으면 프라이버시가 전부 보호되는가?”라면서 “그보다는 프라이버시가 기대되는 곳에서의 개인정보보호, 이는 정보 기본권으로 규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보다는) 국가로부터 정보를 보호받을 권리, 보호받고 처리를 결정할 권리 등이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법재판소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말할 때 과연,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는 일체의 정보(데이터)를 제 3자가 쓰지 못한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이해한다”며 “유럽 인권 현장에서는 ‘개인정보보호권’이라고 한다. 국가에 보호해 달라고 요구할 권리를 의미한다. 모든 (데이터가) 개인정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