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집값 상승기에도 좀처럼 뜨지 않는 서울·수도권 ‘왕따 동네’가 울상을 짓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이 수도권으로 번지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그 수혜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들 지역은 ‘개발 지연→교통·생활 인프라 부족→매수자 실종→가격 보합’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부동산 ‘대세 상승장’이라는 호황 속에서도 집값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예전엔 ‘강남이 뛰면 나머지 지역도 다 오른다’는 온돌효과가 뚜렷했지만 최근 들어선 ‘강남 따로, 비강남권 따로’가 굳어지는 양상”이라며 “시중에 떠도는 유동자금이 돈이 될 만한 곳으로 몰리면서 이같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우리 동네에선 딴세상 얘기”
부동산114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9일까지 한 달간 서울 아파트값은 1.49% 올랐다. 재건축 단지가 몰린 강남4구(2.78%)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특히 강동구 둔촌동이 한달새 8.16% 급등했다. 재건축 이주를 앞둔 둔촌주공아파트 매맷값이 크게 뛴 영향이 크다. 강남구 개포동(4.76%)과 서초구 반포동(1.59%) 등도 상승폭이 거셌다.
올해로 입주 3년째를 맞는 구로구 개봉동 ‘개봉푸르지오’ 아파트는 이달 현재 전용면적 84㎡형 시세가 5억원으로 한달 전인 5월 초와 비교해 전혀 변함이 없다. 인근 M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하철 1호선 오류동·개봉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단지인데도 주변이 꽤나 낙후돼 있는 데다 노후 연립주택도 많아 진입 수요가 거의 없다”며 “가격이 오르지 않아 집을 팔고 그 가격에 다른 지역 아파트를 살 엄두가 나지 않다 보니 매물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입지 등 잘 따져야 “규제 이후 매수 고려해야”
서울 강남 등을 중심으로 불붙은 집값 상승세가 경기지역으로 번지고 있지만 교통망 개발 지연 및 생활 인프라 부족 등으로 집값이 보합권에 머물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경기도 안산지역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달 새 경기권 아파트값은 0.12% 상승했지만 안산 지역은 0.01% 오르는데 그쳤다. 안산 상록구 사동 ‘안산고잔6차 푸르지오’ 전용 100㎡형은 지난해 초 이후 시세가 4억원에서 전혀 변동이 없다.
이외에도 경기 평택(0.02%)·의정부(0.04%)·의왕시(0.04%) 등도 상승률이 미미하다. 안성지역은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아파트값이 0.07% 하락했다. 안성 공도읍 KCC 스위첸 아파트 84㎡형 시세는 2억3500만원으로 한달 전보다 500만~1000만원 하락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지난 2~3년 새 안성지역에 공급 물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는데 아직 미분양이 일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서울·수도권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모든 지역이 오른 것은 아니다”며 “따라서 정부는 시장이 과열된 곳만 겨냥하는 보다 정교하면서도 정밀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