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김만덕이 보여준 상생의 실천정신

  • 등록 2016-08-23 오전 4:00:00

    수정 2016-08-23 오전 4:00:00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18세기 제주 여성 김만덕이 평생 모은 재산을 국가에 환원한 업적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요즈음 세상이 각박해지고 계층 간 위화감과 세대 간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역지사지 따뜻한 배려와 나눔의 실천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만덕의 ‘통 큰 나눔의 실천’은 사회적 화합과 국민행복시대를 여는데 많은 귀감이 된다고 본다.

김만덕은 1739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오갈 데가 없어 기녀집에 의탁했다가 성인이 된 후 사업에 뛰어들어 많은 부(富)를 축적했다. 1790년부터 5년 동안 대가뭄으로 흉년이 들자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이때 그는 상인이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 돈을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평생 모은 돈을 아낌없이 쾌척해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김만덕이 살던 시대는 18세기다. 이는 실학정신이 부각되던 시기이다. 실학은 이론에만 치우치지 않고 생산과 실용, 현실에 바탕에 둔다. 또한 실용정신, 진실, 실증을 통해 가장 중심인 인간주의 사상을 추구한다. 김만덕은 실학정신을 실천한 여성이다.

김만덕의 나눔정신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크게 3가지다. 첫번째 자아실현의 의지, 자기 계발, 그러면서 이웃과 함께 했던 미덕이 상생의 시대를 연 점이다. 그는 원래 양민이었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기녀에 의탁했지만 굳건한 자아실현의 의지로 관(官)을 설득하고 집념으로 기녀에서 풀려나 자기 길을 개척했다.

두번째는 실용정신이다. 요즘 재계에서 윤리경영을 얘기하는데 남기는 데만 집착하는 단기적 차원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경영을 했다는 것이다. 그의 경영 지혜를 들여다보면 소비자와 생산자의 유통망을 만들고 육지와 제주도를 연결했고 신상품을 개발했던 창의적 아이디어가 요즘 얘기하는 창조경제다.

세번째는 나눔의 합리성이다. 요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며 나눔을 얘기하고 또 기업들도 사회적 공헌을 많이 거론한다. 김만덕은 통 큰 나눔으로 많은 생명을 살렸다. 그의 나눔에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대목이 10분의 1을 남겨 놓고 나머지를 남에게 나눠졌다는 점이다. 나눔을 한다고 자칫하면 가까운 곳에 배려가 적어 오히려 가까운 사람에게 원망을 들을 수 있다. 자기를 도왔거나 돌봐주어야 할 친족을 위해 10분의 1을 남겨놓고 나머지 모두를 죽어가는 백성들을 위해 아낌없이 나눈 그의 섬세함과 합리성 그리고 진정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제주도에 가면 용암도, 동굴도 있고 산과 바다와 들의 다양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품을 수 있다. 정조가 만덕의 선행에 상금을 내리려 했을 때 만덕은 “상금은 필요 없고 임금이 계신 궁궐을 바라보고 금강산을 유람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심성의 아름다움으로 조화를 이뤘기 때문에 그런 소망이 이뤄졌을 것이다.

김만덕의 선한 마음을 읽었기 때문에 추사 김정희는 ‘은광연세’(恩光衍世:은혜의 빛이 세상을 길이 밝힌다)라고 칭송하며 현판을 썼던 것이다.

최근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 등 AI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인간이 나중에 AI를 어떻게 이겨낼까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김만덕이 보여준 정신유산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떠나 ‘하트웨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에는 따뜻한 가슴, 나눌 줄 아는 마음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만덕이 몸소 보여준 ‘나눔의 실천정신’을 통해 최근 우리사회가 추구하는 ‘상생의 길’을 찾는 나침반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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