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KT가 지난 8월 도입한 사내판매 프로그램인 ‘골든브릿지’가 애초 취지와 달리 KT 직원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KT는 지난 7월 말 현재 150만 명의 LTE 가입자를 모아 이동통신 3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내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18일
KT(030200) 안팎에 따르면 KT는 본사 영업조직 외에 G&E 부문, 네트워크 부문과 각 지사 및 16개 협력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골든브릿지’를 시작하면서 ‘직원들의 자발성’을 강조해 왔다.
사내 공지를 통해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과 어떤 형태로든 인사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적시했다. 아울러 직원 간 실적 몰아주기나 가입자 매집, 해지 후 재가입 유도 등 부당·불법행위가 적발되면 강력히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KT의 공식 입장과 달리 사내판매가 사실상의 직원 할당으로 변질되고 있다.
한 KT 직원은 “출근하면서부터 LTE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며 “대리점에선 위약금 대납에 현금까지 주는데 우리는 직원들 호주머니에서 위약금을 털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5대를 팔면 15만 원을 보상해 준다는데 한 대당 최하 15만~40만, 50만 원씩 써야 한다. 팀장들이 협박 조로 오늘은 몇 대 할 것이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KT 직원은 “LTE가 꼴찌여서 사내 판매에 불이 붙고 있다”며 “얼마 전 베가M/옵티머스 LTE를 월 3만 4000원 요금제로 팔았는데 결국 지인에게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 LTE 대전 승리를 위한 골든브릿지(GB )프로그램 추진계획 중 ‘올레 인센티브’ 제도 세부내용(5단계, 12년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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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급기야 KT노조와 회사가 함께 21일까지 ‘골든브릿지 변칙운영’ 현장점검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이석채 회장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장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8월 유무선 영업조직이 (커스터머 부문으로) 통합된 후 어떠한 삐걱거림도 없고 물 흐르듯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T 직원들이 느끼는 고통과는 온도 차가 상당하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직원에게 강제로 할당해 상품을 파는 행위는 불법”이라며 “KT의 사내판매는 직원들에게 고통을 줄 뿐 아니라 통신시장의 공정한 경쟁과도 거리가 먼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KT의 올해 연말 LTE 가입자 목표는 400만 명으로, 내부적으로는 ‘골든브릿지’를 활용해 450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으로 전해졌다. KT 임직원 수는 3만 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