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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는 임기 첫해인 2022년 5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해 59조원 규모의 추경을 단행했다. 이후엔 추경을 금기시하면서 건전재정 기치를 강조해왔다. 지난해 56조 4000억원에 이어 올해 29조 6000억원의 대규모 세수펑크가 예상되면서 민주당으로부터 추경 편성 압박을 받았지만 고집스러울 정도로 건전재정 기조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회복 조짐 없는 내수가 먼저 발목을 잡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5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내수 회복 조짐’이란 표현을 7개월 만에 뺐다.
트럼프발(發) 충격까지 닥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정책으로 한국경제의 성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당장 환율이 1400원대를 오르내리며 요동치는 등 벌써 여파가 미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인상정책이 빠르게 진행되면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이 2.0%를 밑돌 수 있다고 봤다. 이데일리가 24일 경제전문가 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1.9%로 1%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결과가 나온 것과 유사한 전망이다.
취약계층 등 위한 선별적 확장재정 전망
다만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아예 포기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단 판단 하에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할 만큼 사활을 걸어왔던 까닭이다.
이 때문에 취약계층 보호와 내수부양에 효과를 노린 제한적인 확장재정을 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 정부와의 차별화는 계속 유지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
내년에도 세수결손 사태가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결국 확장재정은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초는 아니라더라도 정부가 추경을 추진한다면 내수부진 등이 법률상 추경 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논란이 될 전망이다.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자연재난과 사회재난)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경제협력 같은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 등을 추경편성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공세에도 추경 요건을 엄격히 해석, 방어막으로 써왔다.
국채 발행 시엔 나랏빚이 늘어난단 점도 장기적으로는 부담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 적자는 2.9%다. 추경을 편성하면 관리재정 적자비율이 재정준칙 상한(3%)을 넘어서면서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는 정책기조와도 충돌한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안 좋다는 이유 등으로 추경을 편성해 대응한 건 과거 정부들이 계속해온 방식”이라며 “정부는 추경 유혹을 느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거시경제 전반에 독이 된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정부가 필요에 따라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는 있지만 더 큰 어려움이 닥칠 때를 대비해서 제한적인 확장재정 기조로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