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국민연금 크레바스’ 건너는 법

  • 등록 2024-08-07 오전 5:00:00

    수정 2024-08-07 오전 5:00:00

[김정학 전 국민연금공단 연금상임이사]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10일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전체 인구 5126만 명의 19.5%에 해당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목전으로 다가온 것이다. ‘고령자 1000만 시대’에 맞물려 705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가 60세 정년을 마치고 은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필자도 36년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최근 퇴직했다.

은퇴자들과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국민연금’이 주제로 떠오른다. 국민연금이 필요하지만, 아직 연금받을 나이가 되지 않은 지인도 꽤 있다. 만 60세에 정년퇴직했지만, 연금 개시 나이가 만 63세라 최장 3년을 기다려야 하는 이들이다. 퇴직과 연금 개시 시기의 불일치로 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이 없는 공백 기간을 흔히 ‘국민연금 크레바스’, ‘은퇴 크레바스’, ‘소득 절벽’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런 소득 공백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어떤 선택이 있을까.

먼저 국민연금에 계속 가입하는 방법이 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은 원칙적으로 60세까지다. 하지만 본인이 희망하면 60세 이후에도 계속 가입해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임의계속가입자’ 제도가 있다. 직장에 다닐 때는 회사와 본인이 50%씩 분담해 연금보험료를 내지만 임의계속가입자는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임의계속 가입을 선택하면 늘어난 가입 기간에 비례해 받을 연금액도 증가한다. 임의계속가입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이는 올해 3월 말 기준 52만 명이다. 이들이 매월 내는 연금보험료 평균액은 14만 5620원이다. 필자도 퇴직 후 곧바로 계속 가입을 신청해 매달 18만원을 보험료로 내고 있는데, 만 63세까지 3년간 계속 내면 평생 매월 연금 수급액이 6만 2000원 늘어난다.

다음으로 연금 수급 시기를 앞당기는 방법이 있다. 이를 ‘조기노령연금’ 제도라고 한다. 올해 기준으로는 59세 이상, 가입 기간 10년 이상, 월평균 소득이 298만 9237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만 63세 이전에 연금을 당겨 받을 수 있다. 연금을 당겨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최장 5년이다.

다만 연금을 미리 받으면 연금액이 줄어든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1년에 6%씩 준다. 따라서 최대 5년을 앞당기면 30%까지 연금수급액이 감액된다. 예를 들면 63세에 월 100만원 연금을 받는 가입자가 5년 일찍 연금 수급을 시작하면 월 7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올해 3월 말 기준 89만 명이며, 평균 수급액은 69만 8000원이다. 이처럼 소득 공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조기노령연금이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에 본인의 경제 상황, 건강 등을 고려해 청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 수급 전까지 소득 절벽 기간을 퇴직금이나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버티는 방법이다. 이는 무리해서 연금보험료를 더 내는 것도 아니고, 연금 수급액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기에 어쩌면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위 세 가지 방법 중 어떤 게 가장 좋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각자 처한 경제 상황과 건강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면 된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 시작 연령은 만 63세지만 2033년에는 65세로 늦춰져 그만큼 소득 공백 기간도 늘어나게 된다. 정년연장이 시행돼 퇴직 시점이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일치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러기 전까진 앞으로도 수많은 은퇴자가 소득 절벽을 넘어야 한다. 이를 지혜롭게 극복할 방법도 국민연금에서 찾을 수 있다. ‘평생월급 국민연금’을 잘 활용하면 우리의 노후는 보다 안정되고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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