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vs "필요한 곳에"…불붙은 4차 재난지원금 논쟁

이르면 오는 3~4월 중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고려
보편지급시 소비진작 효과는…한계소비성향 해석 ‘분분’
경기·울산 보편 방식…서울시 “가장 필요한 곳에 지원”
오는 4월 재·보궐선거 앞두고 포퓰리즘 논쟁 등 확산
  • 등록 2021-02-12 오전 5:50:00

    수정 2021-02-12 오전 5:50: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는데 우산을 쓴 사람한테까지 또 씌워 드릴 필요는 없다. 장대비를 그대로 맞고 있는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맞다.”(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지난해 6월 CBS라디오 전화인터뷰)

“시민 한 명 한 명이 겪고 있는 유·무형의 손실을 모두 확인해 피해자를 선별할 수 없을 만큼 코로나가 끼친 피해는 다양하고 방대하다. 서울시가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고려해야 한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1인당 연간 100만원 (한국형)기본소득은 결단만 하면 수년 내 얼마든지 시행 가능하다. 지난해 5월 1차 재난지원금으로 모두가 행복하고, 경제가 활성화되고, 국민연대감이 제고되는 효과를 거의 1년 내내 누릴 수 있었다. 증세를 통한 기본소득 증액은 10년 이상의 장기 목표 아래 기초생계비 수준인 월 50만원(연 600만원)이 될 때까지 국민합의를 거쳐 서서히 늘려가면 된다.”(이재명 경기도지사)

“보편적인 기본소득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나라는 지구 상에 없다.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정세균 국무총리)

눈이 오는 서울 중구 명동 식당 골목이 인적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같은 여권 내에서도 ‘경기 침체를 방어하고 소비 증대를 위한 대책’이라는 주장과 ‘도 넘은 포퓰리즘’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더욱이 오는 4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 대통령선거(대선)라는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재난지원금이 자칫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설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될 정부의 4차 재난지원금의 규모와 지급 방식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소비 진작 있다? 없다?…1차 재난지원금 효과 해석 ‘분분’

12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3~4월 중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4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 아직 지급 규모나 보편·선별지원 방식 등은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정부는 지금까지 1~3차에 걸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5월 1차 지급 당시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과 재산에 상관없이 가구당 최대 100만원(4인 가구 이상)씩을 주는 보편 지원 방식을 취했다. 2차(최대 200만원)와 3차 재난지원금(최대 300만원)은 선별 지원 방식으로 1차 때와는 성격이 달랐다. 강화된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지급해 경기활성화 목적 보다는 피해계층을 직접 지원하는 일종의 소득보전(생계유지)이 목적이었다.

그렇다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지급이 소비 진작에 효과가 있었을까? 이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인풋(재난지원금 지금)’ 대비 ‘아웃풋(소비 효과)’을 알 수 있는 한계소비성향을 알아야 한다. 한계소비성향은 소득이 늘어난만큼 얼마나 소비 증가로 이어졌는지를 수치적으로 계량화한 값이다. 가령 한계소비성향이 50%라면 10만원을 지급했을 때 이 중 5만원어치를 소비했다는 뜻이다.

지난달 25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계획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제안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달 1일부터 전체 도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사진= 경기도 제공)


다만 1차 재난지원금 효과 분석은 연구기관별로 상이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1차 재난지원금 한계소비성향이 약 30% 수준인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도는 재난지원금이 지급액 대비 185%(1.85배)의 소비 효과를 견인했다고 주장한다. 한 쪽에서는 재난지원금 10만원을 투입했을 때 3만원의 소비 효과가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10만원을 받아 18만원을 썼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다만 경기도지사의 ‘싱크탱크’ 격인 경기연구원은 1차 재난지원금의 추가 소비효과(한계소비성향)가 29.2%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이 상이한 결과는 지급액의 효과를 산출하는 시기와 정부의 정책 효과 등 여러 변수에 의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4차 지원금 지급방식 진통…“보편적 차등지원 고려”

정부가 이르면 오는 3~4월 중 지급할 4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앞선 1~3차 때 보다는 훨씬 그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피해계층에 대한 손실보상 뿐만 아니라 전 국민 보편 지급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전체 예산이 2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재난지원금 규모를 보면 1차는 14조3000억원, 2차 7조8000억원, 3차 9300억원 규모다.

물론 지급방식을 놓고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선별지원이나 보편지원을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뜨거워서다. 여기에 오는 4월 서울, 부산 등에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라는 이벤트가 앞두고 있어 벌써부터 포퓰리즘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경기와 울산은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지난 1일부터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각각 1인당 10만원·가구당 10만원)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25곳 기초지자체도 자체적으로 보편 지급을 추진하거나 지급을 준비 중이다.

전남 여수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지난 1일 쌍봉동주민센터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여수시는 1인당 25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시는 여전히 선별 지원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시는 지난 2일 올 들어 두 번째 민생안정대책을 내놓으면서 1조4852억원을 투입해 소상공인 저리 융자 지원, 고용유지지원금, 관광·공연예술업계에 사용하기로 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서울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셋 중 한 명은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면서 “한정된 재원으로 가장 많이, 가장 깊게 피해를 입은 계층을 선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와 선별 지급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재난지원금이 소비 진작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점을 동의하면서도, 경기부양 측면에서는 ‘상위 10%’ 보다는 ‘하위 10%’에게 훨씬 더 두텁게 주는 것이 정책 효과에 긍정적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재난 지원금은 먼저 선별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그 다음으로 기준에 따라 선별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지난해 연말정산 등을 통해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에 누가 더 피해를 입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이어 “재난지원금은 경제학적으로 보면 차입제약(유동성제약)에 처해진 가구, 즉 소득이 없거나 저임금노동자, 경제적 네트워크가 없는 사람에게 지급했을 경우 소비효과가 더 클 수 밖에 없다”며 “4차 재닌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하려면 상·하위 계층을 나눠 금액을 차등해서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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