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이후 70년 가까이를 따로 살면서 같은 대상을 다르게 말하는 것이 비단 낙지와 오징어 뿐일까요. 남북이 서로에게 가질 수 있는 사소한 오해만이라도 풀어보고자 북한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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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이 180개국 리스트 안에 북한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도 지난 2011년부터 여기에 포함돼 매년 CPI지수가 발표됩니다. 북한의 순위는 뒤에서 더 찾기 쉬운 공동 176위, 부패 정도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점수마저도 2017년 17점보다 낮은 14점에 머물렀습니다. 2015년에는 최하점인 4점을 받은 적도 있었으니 그나마 나아졌다고 하려나요.
그런데 북한도 이 부패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CPI에 관심을 가졌던 시절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조사대상이 됐던 2011년 무렵인데요, CPI지수를 발표하는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하네요. 그러나 그 해 북한의 CPI 점수는 불과 1.0점, 당시에는 10점 만점이었으니 지금 기준으로 환산하면 10점에 그쳤죠. 순위도 꼴찌인 182위였습니다. 북한 인사들은 “당신들과 일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겼다네요.
기자도 이산가족 취재를 하면서 북한의 부정부패 실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었습니다. 남쪽의 이산가족이 북측 가족의 갑작스런 이사로 바뀐 연락처를 몰라 편지 왕래를 못하게 됐는데 이를 알게된 북측 브로커가 얼마간의 비용을 요구하더랍니다. 북쪽도 현재는 정확하진 않으나 인구조사를 통해 주소지 등의 정보가 전산으로 관리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굳이 큰 비용이 발생할 이유가 없었죠.
그러나 그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아니 당장 알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조차도 불투명했었습니다. 이 주소지를 확인하기 위해 관계자들에게 소위 ‘기름칠’할 돈이 필요했던 것이죠. 실제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간 서신왕래에 80만원이라는 금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편지 왕래에 8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건 다 이유가 있겠죠.
최근에는 북한도 이 같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우리 당은 세도와 부패가 일심단결을 파괴하고 좀먹는 위험한 독소로 보고 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보도했던 것인데요, 뒤이어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패 척결에 방점을 찍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통해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폐기하고 ‘경제발전 총력집중’ 노선을 선택했습니다. 지금까지 핵개발을 위해 인민들의 희생을 강조해온 김 위원장으로서는 경제발전 총력 노선에서 발빠른 효과를 기대해야 할 처지입니다. 북한을 둘러싼 국제적 대북제재 공조가 외부 요인이라 해결이 난망하다면, 내부적 요인에 먼저 손을 써야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겠죠. 실제 CPI 점수가 10점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이 0.52% 제고된다는 서울대의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부정부패는 생활의 일부분일 정도로 고착화됐다는 데 있습니다. 쥐꼬리만한 권력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뇌물을 강탈하는 수준에까지 이릅니다. 시장을 관리하는 일꾼들은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받는 것은 물론, 파는 제품도 자신의 것처럼 착복한다고 합니다. 이는 다시 상급 간부에게 넘어가기도 하죠.
부정부패를 들어내려는 김 위원장의 제재가 거셀수록 고위간부들의 볼멘소리도 높아질 것이 자명합니다. 북한 전역의 민심보다도 평양의 민심이 더욱 무서운 구조인 북한에서 과연 부정부패가 빠르게 사라질 수 있을까요.